일산해수욕장 소나무 ‘애물단지’ 전락
상태바
일산해수욕장 소나무 ‘애물단지’ 전락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8.29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8일 찾은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나무마다 사방으로 뻗은 지지대가 얽혀 있고 바닥에는 떨어진 솔방울이 흩어져 있다.
자연 친화적 경관 조성과 방제를 위해 6년 전 일산해수욕장에 심은 소나무가 시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미관 관리를 넘어 나무 생육상태 점검과 이용객 안전을 고려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모래사장 위로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언뜻 보면 해변과 잘 어울리는 녹지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풍경은 달라진다. 나무마다 사방으로 뻗은 굵은 대나무 지지대가 얽히고설켜 있어, 인공 구조물에 가까운 모습이다.

지지대는 높이가 어른 가슴까지 올라올 만큼 크고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어 일종의 울타리처럼 길을 막는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던 아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지지대 사이를 피해 뛰어넘고, 관광객들은 발밑에 흩어진 솔방울을 밟지 않으려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간혹 바닥에 굴러다니는 솔방울에 발을 헛디딘 시민은 얼굴을 찡그리며 모래를 털어내곤 했다.

동구는 지난 2019년 국비 6억3000만원을 포함해 총 9억원을 들여 백사장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나무는 스스로 자리를 잡지 못해 지지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시민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수욕장 개장 이후 맨발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일부는 지지대에 걸려 넘어지거나 딱딱한 솔방울을 밟아 발을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수욕장을 찾은 한 주민은 “풍경은 좋아 보이지만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려 불편하다”며 “특히 아이들 키보다 높은 지지대들이 얽혀 있어 아이들이 넘어질까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들의 민원도 적지 않다. 해변과 맞닿은 1층 가게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소나무와 지지대에 가려 정작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사시사철 솔방울을 맺는 백사장 위 소나무의 생육 상태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역의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소나무는 환경이 맞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솔방울을 더 자주 맺는 특징이 있다”며 “솔잎이 푸르지 않고 갈색으로 변한다면 광합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나무 사이 간격이 좁고 지지대가 얽혀 있어 통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소나무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지지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행에 방해가 덜 되는 보강 방법을 찾고 있으며, 전문가와 협의해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6)도시바람길숲-새이골공원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문성해 ‘한솥밥’
  • 양산 황산공원 해바라기 보러 오세요
  • 울산 부동산 시장 훈풍분다
  • 국정기획위원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어떤 내용 담았나
  • 2025을지훈련…연습도 실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