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삼산매립장에 건립하는 ‘세계적 공연장(The Hall 1962)’이 당초 계획과 달리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행사장으로는 활용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 혼란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소공연장(1000석)이라도 우선 개관해 연계행사를 열겠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시는 세계적 공연장 건축 기획디자인 국제지명 공모를 진행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올해 말까지 국내외 초청 6개 팀으로부터 마스터플랜과 조감도 등을 제출받아 심사를 통해 4개 우수작을 본선에 올린다. 본선 진출팀은 창의성과 도시 상징성을 반영한 세부 설계안을 내놓게 되며, 최종 우승팀은 정식 설계공모 참여권을 부여받는다.
공연장은 삼산매립장 일원에 연면적 5만㎡, 건축면적 1만5000㎡ 규모로 지상 5층에 2500석과 1000석 등 총 3500석 규모의 두개 공연장이 들어선다.
교향·오페라부터 K-콘텐츠 쇼케이스까지 소화 가능한 가변형 무대·음향 시스템을 갖춘 복합문화 인프라로, 총사업비는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는 2028년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9년 착공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박람회 기간 공연장 활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메인 행사장은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운영하고, 삼산여천매립장에는 파크골프장과 세계정원을 테마로 한 정원을 조성해 체류형 관람 동선을 구축한다. 준공 이후에는 ‘정원-공연장-도심상권’을 잇는 사후 활용 모델로 매립지 일대를 명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 확보는 최대 과제로 꼽힌다. 울산시는 5000억원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층형 전략을 가동 중이다.
우선 ‘울산국제정원박람회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공연장 사업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국비 지원의 길을 여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방 대형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앙투자심사·예타 대상이지만, 순천국제정원박람회와 같이 특별법을 통한 면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책적 당위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연장이 정원박람회 기간 직접 활용되지 못하더라도, 박람회 이후 정원의 관리·활용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정원으로 탈바꿈한 매립지 위에 공연장을 건립해 정원의 기능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명소화하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순천시의 사례처럼 10년 뒤 다시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할 경우 정원 속 문화예술시설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울산시는 2028년 박람회 이후 2038년에는 엑스포급(A급) 국제행사 유치의 교두보로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울산 문화예술 공약에 ‘세계적 규모의 문화·엔터테인먼트 파크 조성’ 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공약은 아직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시가 추진 중인 공연장 사업과 기능·입지 측면에서 상당 부분 겹친다. 이에 시는 정부와 국제과제 연계사업 차원에서 꾸준히 협의를 이어가며 국비 확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 시는 기업의 사회공헌(CSR) 기부도 유력한 옵션으로 보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기업현장지원단 활동을 통해 대기업과 신뢰 관계를 다져온 만큼 대규모 기부나 공동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는 예타 면제가 성사되면 국비 확보에 주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 기부를 병행하며, 최종적으로는 시 재정 투입까지 포함하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공연장 건립에 그치지 않고 산업수도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문화·관광·콘텐츠 허브로 확장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국제행사 유치력 제고, 야간경제 활성화, 청년 문화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