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조선업 30년 삶의 흔적, 울산 산업 역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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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조선업 30년 삶의 흔적, 울산 산업 역사되다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9.29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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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드 필름
▲ 슬라이드 필름
울산 조선업에 30년간 몸담았던 시한송씨가 기증한 유물들은 한 개인의 직업적 열정과 노력이 어떻게 한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23년 7월, 시한송씨는 슬라이드 필름, 선박 건조 관련 백서, 그리고 직접 작성한 업무 자료 등을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유물들은 그가 1974년부터 2003년 정년 퇴직까지 30년간 얼마나 자신의 일에 진심이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일본 ‘CABIN automat‘에서 제조한 슬라이드 환등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진에는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과정,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진수식을 거행하는 모습, 선체 건조부 근무자들의 교육 모습 등이 담겨져 있다.

선박의 건조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기증자는 직접 사진을 찍으며 공부하고, 자료를 보관했다고 한다. 슬라이드 마운트에는 건조 과정에 대한 설명, 날짜가 기록되어 있다.

1977년 현대조선중공업 사내 직업 훈련소의 선체 구조 핸드북은 현대조선중공업에서 제작하는 선체의 구조 등이 수록돼 있다. 선박의 구조, 건조 방법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교육자료로, 이 자료를 활용하여 현대중공업 내 직업 훈련소에서 교육을 하고, 현장 업무를 했다고 한다.

또한 1998년 12월4일 외업기술관리부 1098호선을 건조한 뒤 만든 백서는 선박 건조 완료 후 그 과정이나 여러 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호선 개요, 공정 관리도 등이 수록돼 있다. 뒷장에는 기증자(시한송)에 수정, 제언, 문의하게 돼 있다.

1990년에는 보다 나은 품질과 생산력 향상을 위해 기증자가 직접 표준작업방법으로 작성한 현대중공업 선박 수압 시험(TANK TEST) 청색 파일철이 눈에 띈다. 이전에 선박 수압 시험에 대한 매뉴얼이라든지 교본 등이 없어 업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전에 본인이 했던 업무 관련 내용을 직접 작성하고, 작성된 자료를 전 부서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배부했다고 한다.

시한송씨가 기증한 유물들은 단순히 직업에 대한 의무를 넘어, 자신의 업무와 조선업 전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인정신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 한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의 흔적이 곧 한 시대의 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시한송씨와 같은 1세대 근로자들의 헌신과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울산이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이아진 울산박물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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