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85)추강에 밤이드니-월산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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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85)추강에 밤이드니-월산대군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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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달밤의 한적한 정취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메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메라 <청구영언>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가을이다. 온 들판이 황금 들판으로 곡식이 익어가고 있다. 한가위에 길을 나서보니 온 들녘은 그야말로 누렇게 곡식 익어가는 풍경이 장관이다. 꽃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곡식 익어가는 들판이 이처럼 아름다운 것인 줄을 이 즈음에 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어쩌다 도시마다 지역마다 무슨 축제라 이름 지어 천평 만평을 갈아엎어 곡식은 아니 심고 한때 즐기는 꽃으로 뒤덮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이른바 관광객 유치라는 차원으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를 일이다. 곳곳마다 잘 나가는 가수를 불러들여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하고 함성을 질러가며 즐겨야만 하는가.

그런 몇몇 젊은 가수들이 많은 사람이 평생에 만져보기도 어렵고 구경하기도 어려운 부를 축재하니 어느 젊은이가 머리 싸매고 물리나 화학을 공부해서 나라의 근간이 되는 과학 기술에 몰두하겠는가. 누구나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며 쉽게 돈을 벌고 싶을 게 아닌가.

우리의 자연 강산은 참으로 신기하다. 봄에 움트는 나물은 약초 아닌게 없고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는 맛이 달고, 버섯이며 산삼은 명약이 되고 영양이 가득한 양식이 된다.

오죽하면 진시황은 그 넓은 중국을 두고 불로장생의 선약(仙葯)을 구하기 위해 우리의 땅 한반도로 신하 서불에게 동냠, 동녀 삼천명을 줘 불로초를 구하러 이 땅으로 보냈겠는가. 땅은 순하고 비바람이 고루 내려 사람 살기 좋으니 풀도 곡식도 익으면, 모두 명약, 선약이 되는 것이다.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삼신산이라 부르고, 금강산의 녹용, 지리산의 인삼, 한라산의 지초(芝草)를 삼신산 불사약이라고 할 만하지 않았겠는가.

위 시조는 정치에 욕심을 버린 월산대군이 자연을 즐기면서 읊은 시조이다. 월산대군은 조선 9대 성종 임금의 형인 이정이다. 그는 시와 그림을 즐겼고 문장이 뛰어나 중국에서도 그의 시는 널리 애송됐다. 가을 산을 오르면 영지버섯, 구기자 장뇌삼이 눈 밝은이에겐 보일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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