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27~29일 일본을 방문해 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어 29일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해 경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경주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이 계획돼 있다. 일정이 빡빡하게 짜일 경우 29일 울산 조선소를 들른 뒤 경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 여유가 없어 HD현대중공업 방문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와 관련해서는 서울로 정했다는 관측과 경주에서 1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10월 마지막 주가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울산 방문 역시 일정 확정 전까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1박2일이라면 31일과 11월1일 예정된 경주 APEC 본행사 불참도 사실상 확실시돼 ‘찍고 가는 회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한미 협상 기류를 고려할 때, 울산 방문이 막판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는 5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열린 해군 창건 2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 세계에서 들어올 수천억 달러의 투자와 인력을 통해 미국의 조선소를 부활시키겠다”며 ‘MASGA’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또 “우리는 미 해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함정을 건조 중이며, 그들(한국)이 미국에서 선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해 경주 APEC 기간 중 국내 조선소 방문을 통해 상징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울산시는 이러한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HD현대중공업 방문 성사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외교 라인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방문이 성사될 경우 조선산업 협력의 상징적 무대가 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울산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시는 지난 3월 주부산 미국영사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산업의 세계적 중심지 울산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 서한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최근 HD현대중공업 사내 및 인근 헬기 착륙 여건 등을 점검했다. 본관 앞 사거리 혹은 서부구장을 활용할 전망이다. 회사 측도 본관과 영빈관을 새롭게 단장하며 귀빈 맞이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시는 미국뿐 아니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국가 정상 및 대표단의 방문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홍콩 등 11개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울산 홍보와 방문 요청 자료를 전달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상들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세계에 울산을 알리는 효과는 물론, 산업 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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