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울산경제를 정면으로 강타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며, 수출국 순위는 36년 만에 10위로 떨어졌다. 198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동차와 철강, 기계류 등 울산의 핵심 수출 품목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문제의 근원은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자국 산업 보호 기조 속에,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제품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한국산 제품의 자리를 대만과 스위스,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그 여파는 울산에 고스란히 닿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울산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22.6%나 줄어 협력 중소업체의 생존이 위태롭다. 울산의 자동차 생산량 중 미국 수출 비중은 37%가 넘는데,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생산 축소와 고용 불안이 현실로 닥친다. 철강과 기계류도 마찬가지다. 철강 파생제품과 산업기계류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수출 감소가 장기화되면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울산은 ‘산업수도’라는 이름 아래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상징 도시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조가 위기에 직면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으로 이어진 수출 의존형 산업구조가 세계 무역질서의 격변 앞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고율 관세는 단순한 통상 마찰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을 요구하는 경고음이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피해 기업의 버팀목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근본 해법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수출 다변화다. 친환경차·수소차 등 미래차 중심의 산업 구조로 빠르게 옮겨가고, 부품업계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해 자립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미국 시장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유럽·동남아·중동 등으로 분산시킬 전략도 필요하다.
울산의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면 한국 제조업 전체가 흔들린다.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관세 장벽에 주저앉을 것인가, 기술 혁신으로 다시 일어설 것인가는 결국 지역과 정부, 산업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울산이 다시 한 번 ‘산업 전환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가 수출 전략의 새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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