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의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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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의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58)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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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기박산성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 관아를 찾아간 김 초시는 형방으로 있는 이형우를 만났다. 그는 김 초시의 죽마고우였다. 비교적 강직한 성품으로 부패와는 거리가 먼 그였지만 벗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천동을 잡아들였다. 양심에 거리낌이 있었지만, 그는 천동을 옥사에 가둔 후에 양반 댁 규수인 국화를 그 집에서 내보내라고 달랬다. 그렇지만 천동은 오갈 데 없는 그녀를 내칠 수는 없었다.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친정은 난리 통에 변을 당해서 없어졌고, 청상과부인 그분의 시댁도 뿔뿔이 흩어져서 정말로 갈 데가 없는 분이십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녀를 거두어 줄 적당한 사람이 있다.”

“혹시 김 초시 어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네 말이 맞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어른에게는 누이를 보낼 수 없습니다.”

“김 초시는 괜찮은 사람이다. 네가 오해를 하는 것이야.”

“소인 비록 천것이지만 사람 볼 줄은 압니다. 그동안 제가 겪은 것도 있고….”

“쓸데없는 고집 피우지 마라. 그러면 너만 다친다. 미천한 신분인 네가 향리의 토호인 김 초시를 이길 것 같으냐?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듣거라. 나도 너에 대한 소문은 들은 것이 있어서 좋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죽어도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너의 고집이 너를 고단하게 할 것이다. 밤새 생각을 해 보거라.”

이튿날 울산 동헌에서는 양가 천동에 대한 치죄가 시작되었다. 양반 댁 규수를 범한 죄를 토설하라며 장을 치기 시작했다. 서른 대의 장을 맞고도 천동은 끝내 죄를 부인했다. 천동은 다시 옥사에 갇혔다. 천동이 옥사에 갇히자 부지깽이와 먹쇠는 동네 사람들을 데리고 동헌으로 몰려갔다. 마을에는 국화 혼자 남아있었다. 노심초사하는 그녀 앞에 김 초시가 장정 둘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천동이 걱정되면 나를 따라 내 집으로 가자. 지금 천동을 살릴 사람은 나밖에 없느니라. 천한 백정 놈이 반가의 여인을 범한 죄 죽음으로 다스린다는 걸 너도 모르지는 않겠지?”

“너라니요? 반가의 여인에게 이게 무슨 막말입니까?”

국화는 서슬 퍼렇게 김 초시에게 반격을 가했다. 김 초시는 당황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투를 고쳐서 공손하게 말했다.

“미안하오. 내가 잠시 흥분해서 말이 헛나온 것이오.”

“제가 초시 어른을 따라가면 정말 천동은 무사히 풀려날 수 있나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약조를 하겠소. 내일쯤에는 풀려나도록 해 주리다.”

“초시 어른을 믿겠습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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