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 민법 제652조 등이 대표적이다.
즉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제한하는 약정을 해도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계약갱신청구권의 포기, 묵시적 갱신 배제, 권리금 회수권 제한, 차임 감액청구 배제, 차임 1개월 연체 시 계약 해제 등은 일반적으로 무효로 본다.
이 규정은 계약갱신청구권, 묵시적 갱신,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차임 증감 청구권, 차임 연체 해지권, 기간 없는 임대차 해지 통고, 토지 임차인의 갱신·매수청구권, 부속물 매수청구권 등 임차인의 핵심 권리에 주로 적용된다. 결국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규정이 임차인의 ‘절대적 방패’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원은 개별 사안을 면밀히 살펴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합의를 유효로 인정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임대인이 중도 해지를 통보했으나 임차인의 간청으로 계약을 연장해주고, 10년간 차임 인상 없이 유지한 사안에서 묵시적 갱신 배제 약정을 유효로 봤다.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임차인이 5기 연체로 해지소송을 당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소를 취하하며 계약을 연장해준 경우 갱신청구권 포기를 유효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편면적 강행규정이 형식적 권리 보장을 넘어 ‘실질적 형평’을 고려해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임차인의 권리가 무조건 절대적·불가침인 것이 아니라 채무불이행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기회를 준 임대인의 행위를 고려해 권리 포기가 예외적으로 유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임차인은 법률상 보장된 권리라 하더라도 무조건 행사 가능한 것이 아니며, 채무불이행 상태에서 계약 연장 등 혜택을 받았다면 일정 권리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반면 임대인은 편면적 강행규정이 본질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임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편면적 강행규정은 임차인을 무조건 우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계약 현실에서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안전망이다. 따라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항상 무효’라는 단순 논리보다 ‘임차인이 실제로 불이익을 받았는가’라는 실질적 관점이 중요하다. 다만 무효가 원칙이고 권리 포기의 유효 인정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확장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 관계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의 보호만큼이나 계약 당사자의 책임과 성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성창우 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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