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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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59)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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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기박산성 전경. 울산시 제공

국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천동을 살릴 방법은 자신이 김 초시의 후처가 되는 것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어차피 자신은 천동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늑대들에게 갈기갈기 찢기어서 그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천동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이든지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찢어진 입술에서 나는 피가 입속으로 밀려들어갔지만 아픈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국화는 그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기에 김 초시가 준비해 온 가마에 올랐다. 가마 문이 굳게 닫히고, 지당마을을 향해서 움직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들었던 초가를 떠나는 국화의 마음은 찢어들 듯이 아프고 또 아팠다. 생명의 은인이자 낭군인 천동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서러웠다. 그렇지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를 떠나는 것이기에 아니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천동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할 때까지는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그의 무사함을 빌었다. 불과 한 식경의 시간이 지나자 가마는 김 초시의 집에 도착했다.

“마님, 내리시지요.”

가마꾼의 소리에 그녀는 천천히 가마에서 내렸다. 김 초시의 집은 전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이 수리되어 있었다. 이웃집에서 삯을 주고 빌려온 여종이 큰 목간통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몸단장을 하고 있는 그 시간, 김 초시는 초조하게 국화를 기다렸다. 그는 조바심을 내며 방 안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문밖으로 소리를 질렀다.

“왜 이리 늦는 게냐?”

“초시 어른, 조금만 더 기다리시지요? 거의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두 식경이 지나서야 국화는 나타났다.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그녀의 모습에 김 초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반가의 여인이 천것들 틈바구니에서 산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요. 그렇지 않소, 부인?”

김 초시는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갔다. 이렇게 어여쁜 여인을 후처로 맞이한 그는 앞으로 모든 일이 다 잘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화는 김 초시와의 초야를 치르고 그의 후처가 되었다. 이튿날 그녀는 밥상을 차려서 올리면서 김 초시에게 물었다.

“천동이는 이제 그만 풀어주시지요?”

그의 처가 된 마당에 아직도 천동이 놈에게 신경을 쓰는 그녀가 몹시 거슬렸지만 오늘만큼은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 김 초시의 기분이 그것을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 백정 놈! 내 약조를 했으니 풀어주겠소. 걱정 마시오.”

“고맙습니다. 나리.”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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