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째 진척이 없던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사업 주체였던 롯데울산개발이 울산시에 사업 철회를 공식 통보하고, 이사회를 통해 사업협약 파기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울산개발은 개발사업 종료에 따라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소재 복합환승센터 부지와 주차장 시설물을 울산도시공사에 매도한다고 밝혔다. 매도가격은 2016년 울산도시공사로부터 매입했던 금액과 동일한 561억2273만원이다. 현재 부지는 956억3140만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롯데는 매입 당시 금액으로 되팔고 주차시설도 함께 반납할 예정이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총 3125억원을 투입해 KTX울산역세권 7만5480㎡(롯데 소유 3만7732㎡, 한국철도공사 소유 3만7748㎡) 부지에 환승센터와 판매시설, 테마형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은 2015년 6월 롯데쇼핑이 울산시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같은 해 울산시, 울산도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사업협약을 체결했고, 2016년 2월에는 사업 추진을 위한 출자회사인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했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께 영화관과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돼야 했다.
하지만 사업은 초기부터 지지부진했다. 롯데 측은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을 미루며 영화관을 빼고 분양 상가를 늘리는 등 계획을 잇따라 변경했고,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현재 공정률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임시 주차장만 조성된 채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임시 주차장도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운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0년간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찾기 위해 아웃렛·영화관·쇼핑몰 등 기존 계획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중단과 재개를 거듭했고, 울산 지역사회에서는 “롯데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불신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지난 9월 말 울산시에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 철회를 공식 통보했고, 이날 이사회를 통해 협약 파기를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유통업계 전반의 오프라인 매장 경기 침체로 롯데가 사업 추진 의지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복합환승센터 건립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울산시는 향후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 동남권 순환철도 등 광역 교통망이 본격 구축될 경우를 대비해 KTX울산역세권에 환승 거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업 주체와 설계를 바탕으로 한 ‘새판짜기’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시 행정과 정치권, 시민 여론의 롯데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롯데를 믿고 주변에 투자한 공적·민간 개발 모두가 일정 부분 피해를 입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가 사업계획을 여러 차례 수정하며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사이 시는 다른 민간 사업자나 대체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부지를 장기 점유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10년간 토지·교통·상업적 기회비용이 날아간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시와 시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