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 존재한다 선택을 종용한다
모든 건 자신 결정 책임도 그 사람 몫
우회전 좌회전할 때 섣부름은 금물이다
선택이 후회될 때 새로운 방법 찾아
걸림돌 없는 세상 올곧게 걸어보자
여기에 오는 사람들 사통팔달 복된 나날
나무 팻말의 공원 이름은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랬지만 공원에 난 길들은 사통팔달로 반긴다. 지금 음과 양의 이면을 만나고 있다. 면적도 그리 넓지 않은 터에 얼마나 길들이 많은지 매우 놀랐다. 사차선 삼차선 교차로 이차선 일차선 등이 이곳에 모두 존재했다. 백석에 새겨진 공원명처럼 또록또록한 길들이었다.
조합놀이대에서 벽화가 그려진 반대 방향을 보면 눈이 곧바로 즐거워진다. 세모 화단 네 개가 조성돼 있는데 그 화단 안에도 길들이 나 있다. 넓은 공간에 시원하게 낸 길보다는 작은 길이었지만 적당한 디딤돌을 놓아 사차로 삼차로 교차로 일차로 등으로 만든 길이어서 밟는 재미가 더 있었다. 화단은 크지 않았지만 길들에 의해 방향을 마음대로 틀 수 있었다. 공원에서 이렇게 많은 길을 본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길은 길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곳으로 온 방문객 모두 이 길처럼 모든 일이 만사형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 자기가 들어선 이 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선택은 당사자의 마음이지만 결과도 당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백석에 공원명을 선명히 새겨 놓은 곳에서 공원으로 들어올 때는 경사진 부분과 만나게 된다. 거의 평평한 편인데 그곳만 유독 경사가 있다. 그런 단점을 숙지하고 걷는다면 후회 없는 걸음이 될 것이다.
벽화가 그려진 벽면 주변에는 나무들이 없어 빈 공간이 널찍하다. 아무것도 심지 않는다면 풀들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운동기구와 가까운 곳에 무궁화가 많이 보이지만 옆은 빈 공간이다. 여기에도 무궁화가 식재된다면 군락을 이뤄 더욱 보기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꽃이 다른 공원에는 안 보였는데 여기는 마음 먹고 심은 것 같아 보는 순간 기쁘고 반가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을 여기에서 볼 수 있으니 이 공원이 복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에 쑥들도 많이 자라 있다. 뚝뚝 따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그대로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차로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는데 큰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온 사람이 보인다. 입마개도 안 한 개는 나의 마음을 오그라들게 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새로 조성한 세모 화단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여기 화단에는 느티나무가 제일 크다. 느티나무 앞에 분홍색 벤치를 과감하게 들여놓았다. 우리가 보아온 의자는 갈색 톤이나 황토색 정도였기에 처음엔 이 분홍색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조경을 좀 색다르게 해 보자는 취지가 깔려있을 것 같아, 살짝 웃으며 잠시 앉아 보았다.
세모 화단에는 길쭉한 나무 동그란 나무 그리고 돌덩이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갓 조성되었음을 나타내는 흔적들로 보인다. 꼭 모심기를 해 놓은 것 같은 식물들도 있다. 공원을 아름답게 조성하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노고가 읽힌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뭐든지 쉽고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주관하고 관리하는 측에서는 몇 배의 노력과 연구를 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이름을 모르는 식물들이 많다. 대상을 찍어서 확인해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생략했다. 이름을 불러주진 못했지만 ‘잘 자라라’는 말은 건넬 수 있었다. 빨리 적응하고 힘든 과정을 극복하여 사방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복지공원에서 복됨이 만끽 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