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를 하다보면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묻는 질문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감정평가사라는 직업 때문에 시장의 방향을 꿰뚫는 명쾌한 답을 기대했겠지만, 나는 대답을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다. 울산의 주택시장도 마치 짙은 해무(海霧)가 낀 울산 앞바다를 보는 것처럼 안개 속에 갇힌 기분이다. 한쪽에서는 가격을 끌어내리려는 거대한 힘이,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엇이 이 안개를 이토록 짙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첫번째 요인으로는 ‘금리’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마련하는 현 구조에서, 금리는 시장 전체의 속도를 제어하는 가장 직접적인 장치다. 불과 1~2년 전의 저금리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가구는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이상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단순히 가계부의 숫자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비싼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지금 집을 사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문제이다. 금리라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언제쯤 느슨해질지, 즉 금리 인하의 시점과 폭이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첫번째 열쇠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들 수 있다. 현 정부는 투기 수요 관련 대출은 억제하면서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3기 신도시,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새 아파트’라는 차선을 꾸준히 넓히는 전략이다. 이러한 공급 신호는 분명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 즉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대출을 제한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려는 기조도 여전하다. 이처럼 정책 신호등이 파란불(공급 확대)과 빨간불(수요 억제)을 동시에 켜는 듯한 모습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며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든다.
울산의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 세번째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울산’이라는 도시의 지역적 특수성이다. 수도권 시장이 투자 수요와 거시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울산은 전통적으로 실수요가 시장을 굳건히 이끈다. 따라서 전국적인 규제 정책보다 울산 내부의 산업 구조나 양질의 일자리 변화가 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주력 산업단지의 고도화와 울산 경제의 축인 조선업의 수주 랠리, 자동차·석유화학 업황의 미묘한 온도 차이 같은 이슈들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좌우하는 울산 시장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변수들이다.
네번째, 사람들의 여윳돈, 즉 ‘유동성’이 어디로 흐르는지도 주시해야 한다. 이 막대한 자금은 결국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시장을 끊임없이 오고간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돌파한 현재(2025년 10월)가 지수, 거래대금, 대기 자금(예탁금)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주식 시장 역사상 가장 활발하고 뜨거운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예전과 같이 “높은 이자를 내며 집을 사기보다 주식에 투자하자”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부동산보다 주식투자를 더 선호하게 된다. 부동산을 매수하려던 자금이나, 부동산을 처분한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야 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가격 하락 또는 보합세(정체)를 유도하는 요인이 된다. 이 돈의 흐름은 시장의 체온계와 같아서, 시장의 활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결국 지금 울산 부동산 시장은 금리, 정부정책, 울산의 기반산업 경제상황, 주식시장 활황이라는 다양한 변수들이 서로 맞물려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 힘들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는 한, 당분간은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보다는 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실거주자라면,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려 조급해하기보다는 나의 상환 능력, 직장과의 거리, 자녀 교육 여건, 그리고 일상의 편의성과 같은 생활환경 등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김태우 가온감정평가법인 울산경남지사 대표 감정평가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2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