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질 때 사람들이 나타내는 첫 반응이다. 울산이 분산에너지특구에서 보류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을 때 울산 시민들이 느낀 한결같은 심정도 이러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어이가 없었다. 왜 울산이 지정이 아니라 보류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상 기후의 시대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탓이다. 울산이 분산에너지특구에서 보류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황당을 넘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는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개념에 따라 분산에너지를 가장 먼저, 맹렬하게 주창한 곳이 바로 우리 울산이다. 울산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밀집 지역이기에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울산은 분산에너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설파했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관련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는 점도 누차 강조했다. 울산의 주장과 설득은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 마침내 국회에서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했고, 시행에 들어갔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주요 골자도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는 지역에서 쓴다는 개념이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은 물론 비철금속, 수소, 배터리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산업이 총망라된 울산은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으로 기업과 지역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꿈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 5월 산업부가 분산에너지특화 실무위원회를 열어 울산을 비롯해 7곳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을 때, 울산이 보류 지역이라는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울산은 충남 서산, 전남 해남과 함께 전력수요 유치형으로 신청했었다. 가뜩이나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 저렴한 전력공급으로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울산이 분산에너지특구에서 보류됨으로써 석유화학업계는 위기 돌파는 고사하고 동반 침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른 산업계도 우려와 걱정이 한가득이다. 지역 산업과 기업을 대표하는 울산상공회의소가 분산에너지특구 보류 발표에 즉각적으로 유감 성명서를 낸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
울산상의는 “울산은 국내 최대의 LNG 생산·공급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밀집한 대표 산업도시임에도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 기조만을 이유로 울산 모델을 보류한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울산은 지난 60년간 국가 산업화를 견인해 온 경제 중심지이자,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 에너지 허브로 도약해야 하기에 정부가 산업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자가 소속된 우리 시의회에서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울산의 분산에너지특구 보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분산에너지법의 본래 취지대로 다양한 에너지원 활용을 존중하고, 특정 에너지원만을 우대하는 정책적 편향성을 철회하는 동시에 국가 전략 및 지역 생존 차원의 시급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보류 결정을 즉각 철회해 특구를 즉시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공해와 오염의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던 울산을 분산에너지특구에서 보류한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이고, 울산에 대한 배반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되는 것”이라고 A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인공지능 시대 선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정 보류를 철회하고, 빠른 시일내 울산을 반드시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해야 한다.
울산을 제외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한 세대 뒤로 후퇴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간에 떠도는 정부와 여당이 지방선거의 득실을 계산해 울산을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이 아니라 보류로 결정했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하루가 급하다는 것이 울산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염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