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 작업 중이던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는 사고로 7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산업 현장의 비극은 왜 반복되는지, 이를 막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 사고 발생 후 인명구조가 최우선적으로 시행됐다. 실종자 수색이 종료된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인 HJ중공업 본사와 29개의 전국 시공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시행해 노동법 전반의 위반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경찰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통상 산업안전보건법, 형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세 가지 법률이 적용된다. 각 법률은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과 처벌의 주체가 다르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안전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보호장치 미설치, 안전모 미지급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주로 공장장, 현장소장 등 직접적인 관리·감독의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다. 주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이 돼 수사를 진행한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적용된다. 이는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율된다. 위 혐의에 관해는 경찰이 수사한다. 수사기관은 관리자의 안전관리의무 위반과 인명피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며, 위반자 내지 책임자가 처벌대상이 된다.
위 두 법과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경영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포괄적인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사망자 1명 혹은 중상자 2명 이상의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형사책임을 묻게 된다. 기업이 안전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9월 산업재해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증가세가 높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고, 2024년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해왔으나,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무얼 해야 할까.
먼저, 여유를 가져야 한다. 공사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모든 일처리를 빠르게 진행하려 한다. 수급업체는 최저가로 입찰했고, 그에 따른 공사대금이 부족하니, 인건비 지출을 막기 위해 공사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려는 것이다. 속도에 밀려 안전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위험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욕속부달이다. 일을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 산업재해는 그 자체로도 비극이지만, 재해가 발생한 공장 역시 한동안 모든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근로자, 수급업체, 도급업체, 발주처 모두에게 손해다. 속도를 앞세우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은 기업이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중대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는 데 있다. 안전을 소홀히 해 얻는 단기적 이익은 일시적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할 유·무형의 손실은 훨씬 크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개인의 실수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들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수많은 사람의 부주의에, 단 한 번의 실수가 더해져 비극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한 가정의 붕괴이자 사회 전체의 비극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의 인식 개선과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