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잼 아니 꿀잼
상태바
[기고]노잼 아니 꿀잼
  • 경상일보
  • 승인 2025.1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용걸 울산시 시정홍보위원장

얼마 전, 대전에 사는 지인 몇 명이 울산을 다녀갔다. 첫 방문이어서인지 “울산도 노잼도시라며” 하고 반 농담조로 기대감(?)을 표현했다.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도시 이미지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보여주는 말이었다.

대전은 한동안 ‘대한민국 대표 노잼도시’라고 불렸다. 공식적인 근거도 객관적 지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즐길 거리가 마땅찮다는 인식이 밈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전은 완전히 달라졌다.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빵지순례’ 열풍,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인기와 2025년 시즌 준우승까지 더해지며 도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열차 안에서도 성심당 봉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월간 국내·해외 여행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의 국내 여행 점유율은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울산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두 도시가 엉뚱하게도 ‘누가 더 노잼이냐’를 두고 비교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그렇다면 울산은 왜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울산은 1960년대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공해도시’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한때, 태화강은 ‘죽음의 강’이라 불릴 정도로 오염됐고, 이런 인식이 오랫동안 울산을 규정했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은 그때와 다르다.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태화강은 기적처럼 되살아났고, 지금은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2028년에는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도 앞두고 있어 울산의 생태환경도시 브랜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자연과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천 암각화, 대왕암공원과 해안 산책로, 강동·정자 바닷가, 영남알프스의 장관까지 전국에서도 손에 꼽는 자원이 곳곳에 있다.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자연환경만 놓고 보면 울산은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관광지 간 거리가 멀어 이동이 불편하고, 체험형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 역사와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낼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이 보완되면 울산은 ‘들렀다 가는 도시’를 넘어 ‘머무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울산시는 ‘꿀잼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삼산매립장 부지에는 세계적 공연장이 건립된다. 국제설계공모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설계에 들어간다. 울산 문화인프라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사업이다.

동부 해안에는 대왕암공원과 일산수산물판매센터를 잇는 해상케이블카와 집라인이 들어선다. 완공되면 체험 중심 관광이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영남알프스에는 등억집단시설지구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이어지는 산악케이블카 사업이 추진 중이다. 누구나 사계절 영남알프스의 장관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스포츠·레저 인프라도 강화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후원하는 시민야구단 창단이 준비 중이고, 문수야구장은 2만석 규모로 확장된다. 삼산여천매립장과 강동관광단지에는 울산의 특색을 살린 정원형·산악형 대규모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가족 단위와 시니어 관광객이 즐길 공간이 늘어난다.

울산의 변화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일상의 변화도 서서히 쌓이고 있다. 주말이면 태화강국가정원과 대왕암공원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 영남알프스를 찾는 관광객층도 다양해졌다. 도시가 가진 잠재력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전 지인들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며 말없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 짧은 제스처 하나가 울산의 변화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 울산은 더 이상 노잼도시가 아니다. 울산은 지금, 꿀잼을 향해 확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박용걸 울산시 시정홍보위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 ‘청춘 연프’ 온다
  • 컨테이너 이동통로 비계 붕괴, 작업자 2명 2m 아래 추락 부상
  • 울산 도시철도 혁신도시 통과노선 만든다
  • 주민 편익 vs 교통안전 확보 ‘딜레마’
  • 전서현 학생(방어진고), 또래상담 부문 장관상 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