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6)]자랑말 가려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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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6)]자랑말 가려 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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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옛날엔 자식과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세상에 자기의 좋은 점을 자랑하고 또 남으로부터 칭찬 받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자랑하고 싶더라도 함부로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혹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고 자랑해 준다면 그 또한 무척 고마운 일이겠지만 그때도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간관계를 좋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잠언27:2)에도 ‘타인으로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칭찬하지 말라’고 했으며, 명심보감(존례편)에도 ‘아버지는 아들의 덕(德)을 말하지 말라(父不言子之德)’고 했던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말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먼저, 세상은 잠시라도 고정되지 않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자기가 자랑한 좋은 일들이 언제 안 좋은 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면서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뒤따르지 않을까 늘 염려하고 겸허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랑하는 자신은 우월감을 가져 행복할지 모르겠으나 그 말을 듣는 이는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 시기심을 불러 일으켜 그들을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심은 인간이 가진 뿌리 깊은 본성이어서 세상에는 남의 자랑을 자기것처럼 진심으로 같이 좋아해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이 분별없이 자기 자랑을 일삼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옛 속담에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라고 한 것이나 요즘 ‘손주 자랑하려면 돈 내 놓고 자랑하라’는 말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데 혹시나 자랑말을 할 때가 있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면서 가려 말하는 것이 좋겠다. 예컨대, 상대의 건강, 가족, 살림살이, 직업, 경제적 상태 등등을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남의 자랑말을 들었다면 그 말이 설령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공감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남의 행복한 말을 들으면 자기의 행복도가 15% 올라가지만 남의 불행을 들으면 자기의 행복도도 7%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성경에서도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로마서 12:15)라고 했던 것이고, 남의 고통을 같이 하고 같이 불쌍하게 여기라는 ‘동병상련’과 ‘측은지심’이란 옛 가르침도 있는 것이다. 자기의 행복이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일 때 그것이 바로 ‘자비심’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선한 영향력’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랑을 절제하는 것이 좋고 혹시라도 남의 자랑말을 들었다면 그를 칭찬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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