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뜻하는 님비현상. 이제 이 님비현상이 시대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바람이 솔솔 불고 있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 민선 8기 공약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피시설로 꼽히는 시립화장장 건립에 대한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이례적으로 유치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님비현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상북면과 강서동 주민들이 화장장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피시설인 화장시설 유치에 나서 님비현상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상북면 오룡마을 장사시설 추진위원회는 마을 100가구 주민 중 약 92%가 화장시설 유치에 찬성하고 있는 데다 시와 민간기업이 장사시설과 봉안당 등을 조성할 경우 지역 인프라 확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동 내 어곡동 장사시설 유치위원회도 화장시설 유치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어곡동 유치위도 양산시민들이 시설이 없어 타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다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화장장 설립이 시급하다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유치 경쟁에 나선 주민들은 화장장이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간주하며 ‘실리’를 택했다. 이는 격세지감이다.
양산시에 화장장이 없어 시민들은 인근 부산과 울산 시설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곳도 포화 상태라 화장장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양산시의 연간 화장 수요는 1700여건에 달하지만 예약이 어려워 다른 지역까지 알아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양산시는 2023년 ‘장사시설 수급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타지역에서 원정 화장을 해야 하는 시민을 위해 시립화장장 건립을 추진했다. 시립화장장은 화장로 6기와 예비 화로 2기 등 총 8기 설치를 목표로 건립될 계획이다. 시는 과거 화장장을 건립하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전례를 고려해 주민 동의율 70% 이상을 확보한 지역을 대상으로 화장장 후보지를 공모했다.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화장장 건립을 위해 화장장 유치지역(마을)과 관할 읍면동, 반경 1㎞ 이내 주변 지역에 각 50억원 이내 주민지원기금 등을 연도별로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1차 공모에서 응모지 3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부결된 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된 2차 공모에서 상북면과 강서동이 1차 공모 내용을 보완해 다시 응모했다. 현재 시는 두 곳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부지 상태, 적합성 여부, 교통 등을 확인하는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타당성 용역이 끝나면 화장장 후보지별 제안 설명을 하고, 시 장사시설추진위원회는 현장 확인 등을 거쳐 연내 대상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행정절차를 밟아 2027년에는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양산시 현안이자 민선 8기 공약인 종합장사시설 건립 계획이 시대흐름에 맞게 변하는 님비현상에 힘입어 탄력을 받고 있다. 명분 보다는 실리를 택한 주민들의 염원 속에 추진 중인 종합장사시설의 최종 건립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