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형 분산에너지, 미래 산업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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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형 분산에너지, 미래 산업을 지배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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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장

울산시가 추진해온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지정이 정부의 1차 심의에서 보완 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 쉽게 말해 한 걸음 멈춘 셈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LNG 중심의 울산 모델이 추가적인 보완을 요구받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결과를 단순한 보류가 아니라 제도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모델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물론 전국 최대의 LNG 수급시설 허브를 갖춘 울산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에서 어느 지역보다 앞서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보류된 점은 매우 아쉽고, 한편으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울산의 역량과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울산은 이미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분산형 전력 인프라 기반을 차근차근 구축해 왔다. 온산과 미포 국가산단 등에서는 기업들의 참여 의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전력망 확충과 각종 실증 사업 경험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념 제안이나 계획 수립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분산에너지 관련 계획을 추진하는 지역이 늘고는 있지만, 울산처럼 구체적인 실행 기반과 충분한 준비도를 갖춘 지역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울산 모델의 차별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곧 산업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울산은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분산특구로 지정될 경우 대규모 투자 유치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울산이 왜 분산특구 지정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론 울산형 모델이 LNG 중심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분산에너지 특구 정책이 지향하는 재생에너지 기준과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울산이 LNG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는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연료전지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미 수립해 추진 중이다. 특히 울산 앞바다는 풍속, 수심, 해역 여건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LNG 중심의 전력 공급 구조를 보완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울산은 현실적인 에너지 수급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전환을 병행하는 균형 잡힌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 도시로,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설치할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이 밀집한 도시 구조를 외면한 채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산업도시 울산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산업단지의 전력 안정성은 단순히 지역의 이익을 넘어 국가 전체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지키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러한 특수성을 더욱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울산시는 이번 보완 요구를 계기로 해상풍력, 수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충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고, 산업단지와 연계한 분산형 전력 인프라 전략을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재심의에서 울산형 분산특구가 반드시 지정될 수 있도록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울산형 모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안보 확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전기는 단순히 에너지 공급원의 하나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량은 곧 미래 산업을 주도할 힘을 의미한다. 전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 산업을 지배한다. 울산은 그 중심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 울산형 분산특구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여야 할 때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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