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메카’ 울산의 앞바다가 대한민국 제1호 자율운항선박 실증 해역으로 지정됐다. 울산 앞바다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선박에 융합해 선원이 승선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항하는 자율운항선박의 시험과 실증이 가능해진다. 특히 해역 관리청을 중앙정부가 아닌 울산시로 지정한 것은 울산이 자율운항 기술 개발과 상용화, 나아가 국제 표준 선도를 위한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는 의미가 크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제1호 ‘자율운항선박 운항해역’은 울산 동구 일산동 고늘지구를 포함한 울산항 일대 약 499㎢ 규모다. 도선점 반경 500m 구역을 제외하면 축구장 약 7만1000개 면적과 맞먹는다. 울산항 전역이 자율운항선박 실증의 최적지로 평가받는 이유다.
울산은 이미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세계 최초 육해상 실증센터인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개소하고 69t급 실증 선박 ‘해양누리호’를 건조해 지능형 항해 시스템과 기관 자동화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축적했다. 육상 실증센터와 광범위한 해상 테스트베드가 결합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며, 축적된 데이터는 2032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 제정에도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자율운항선박은 해상 안전 강화, 물류 비용 절감, 새로운 해양 산업 생태계 창출 등 해상 물류 혁신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8.9% 성장해 1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르웨이는 2021년 세계 최초 완전 자율 전기 컨테이너선을 상업 운항했고, HD현대는 2022년 LNG 운반선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대형 선박의 자율대양 횡단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고시는 실증을 위한 ‘운동장’을 확보한 단계에 불과하다. 핵심 기술인 인지·판단 시스템과 제어·통신 시스템 개발, 상용화, 법·규제 정비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 앞바다에서 시작된 조선업 혁신은 ‘선장 없는 대항해 시대’의 신호탄이다.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다시 한번 ‘초격차’를 선언한 셈이다. 울산이 선박 제조를 넘어 글로벌 자율운항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지는 이제 울산의 혁신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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