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테슬라의 도전이 한국 산업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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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테슬라의 도전이 한국 산업에 던지는 질문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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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진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부교수

얼마 전 테슬라는 시가총액 ‘8.5조달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테슬라가 제시한 ‘8.5조달러 기업’ 목표는 단순히 한 기업의 공격적 비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기차 제조 능력,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아우르는 테슬라의 새로운 도전은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와 제조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자동차·로봇·배터리 산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어떤 산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테슬라가 제시한 ‘연간 2000만대 생산’ 목표는 단순 확대가 아니라 제조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기가캐스팅과 언박스드 프로세스(Unboxed Process) 같은 생산 혁신은 기존의 수천 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차체 주요 구조를 대형 단일 공정으로 처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제조철학을 반영한다. 이는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설계 복잡성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우리의 자동차 산업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구조 혁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내 부품 산업은 복잡한 조립 공정에 기반해 성장해 온 만큼, 생산 방식 변화가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테슬라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완전 자율주행 (Full Self-Driving, FSD)은 더 이상 ‘운전자 보조 기능’을 넘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AI 기반 이동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만든다. 대한민국 역시 자율주행 기술 연구는 활발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자율주행 경쟁은 단순히 센서와 알고리즘뿐 아니라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인 실증환경 구축과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전략 또한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업 모델에서 벗어나, 차량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산업 구조 전체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다. 우리도 이미 택시 호출 서비스와 Mobility as a Service(MaaS) 모델이 성장하고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 기반의 로보택시 체계로 전환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법·제도·보험체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사고의 책임 주체, 로보택시 운영 허가 기준, 지역 교통망과의 통합 등은 앞으로 우리도 반드시 논의해야 할 정책적 과제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역시 단순한 실험적 프로젝트가 아니다. 테슬라가 배터리·AI·전장 기술을 통합해 사람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제조업 자동화와 고령화 사회의 노동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은 로봇 제조 역량이 강점이지만, 여전히 산업용 로봇에 집중돼 있다. 휴머노이드 형태의 범용 로봇 개발은 국내 제조업 혁신뿐 아니라 돌봄·서비스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테슬라의 ‘8.5조달러 도전’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향후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을 미리 제시하고 있다. 생산 방식의 혁신,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고도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확장, 로봇과 AI의 통합 등은 곧 글로벌 경쟁의 주요 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변화의 흐름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선제적 투자와 제도 설계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는 현실적 과제다.

대한민국의 모빌리티 산업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길 기대한다.

권상진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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