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22)]평생 현역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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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태의 인생수업(22)]평생 현역으로 산다는 것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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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반가운 이름을 보았다. 서양화가 박재영 화백, 직장 선배였던 그분이 일곱 번째 개인전 ‘물결 위에서’를 서울 종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었다는 기사였다.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시절, 그는 내가 근무하던 부서의 국장이었다.

사람의 진짜 실력은 은퇴 이후에 드러난다. 직함과 지위라는 외피를 벗겨낸 자리에서 남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힘이다. 나는 박재영 화백의 걸음을 통해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는 40여년 동안 대한조선공사, 한진중공업 등 건설업계에서 근무했고 CEO자리에까지 올랐다. 전업화가로 전향한 후 활발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모란현대미술대전과 대한민국치유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84살의 나이에 지금도 여전히 매일 붓을 들고, 창작의 최전선에서 현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커리어는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건축사, 시공기술사, 건설안전기술사 등 다수의 자격을 갖춘 그는 기술과 예술, 실무와 감성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갔다. 무엇보다 사람됨이 따뜻했다. 직원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언제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책임감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퇴직 후에도 40년 가까이 후배들과 인연을 이어오며, 여전히 퇴직자 모임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존경받는 존재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감동받는 것은 그가 현직 시절에 쌓은 명성보다, 퇴직 후의 삶에서 보여준 열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 후 속도를 늦추고 한 걸음 물러설 때, 그는 오히려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의 인생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이는 숫자일 뿐, 멈추지 않는 열정이야말로 진짜 젊음이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후배들을 일깨운다. 매년 전시회를 열고, 관람객과 소통하며, 여전히 배움과 창작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퇴직자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조용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말하는 사람이다. “멈추지 마라. 꿈은 여전히 너의 것이다.”

나 역시 지금 인생의 2막, 새로운 길의 초입에 서 있다. 때로는 불안하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남기게 될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럴 때마다 박재영 화백이 떠오른다. 그의 삶은 조용히 속삭인다. “가장 빛나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쉽지 않다. 오랜 세월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에게 퇴직은 마치 벽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누군가 앞서 걸으며 길을 내어준다면, 그 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박재영 화백은 그 길 위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진짜 은퇴란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그의 삶에서 배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이의 무게가 아니라 삶의 열정으로 나를 증명하며, 끝까지 현역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 또한,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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