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울산 도시철도 2호선, 도시의 길을 다시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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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울산 도시철도 2호선, 도시의 길을 다시 그리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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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조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울산 도시철도 2호선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울산 대중교통 체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철도에서 중요한 것은 선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선이 어떤 생활권을 잇고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있다. 결국 도시철도는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축이다.

그동안 논의돼 온 2호선 노선은 여러 변화를 거쳐 왔다. 특히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오랫동안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폐선 부지는 철도의 기능이 사라진 뒤에도 지역 생활권을 둘로 나누고, 주변 상권·주거·문화시설과 충분히 맞물리지 못한 채 시간을 견뎌온 공간이었다. 기능을 잃은 철로 위에 새로운 철도를 놓으면 비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도시철도가 지향해야 할 생활 수요 중심의 교통축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필자는 여러 차례 기고문과 회의를 통해 제기해 왔다.

필자는 이 문제를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것인가에 관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았다. 도시철도는 과거의 흔적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흐름을 그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폐선 경유는 도시 확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다시 한번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일찍부터 제시했다. 실제로 회의 자리에서는 폐선 주변의 제한된 교통·생활 수요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촬영한 로드뷰 자료를 제출하며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행정의 편의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 이동의 실질적 흐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울산 북구의 진장유통단지는 현재 대형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특화 유통 상업단지로 단순한 물류 공간을 넘어 상업·경제·생활이 교차하는 핵심 지점이다. 이곳을 지나야 실제 대중교통의 이용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교통망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진장유통단지 경유는 단순한 노선 조정이 아니라 경제성과 이용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필수적 선택이었다.

송정문화센터 경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송정 일대는 문화·교육·주거 기능이 모여 있는 북구의 중심 생활 축으로, 이 지역을 도시철도와 연결하는 일은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도시철도는 단순히 빠른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의 길을 디자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은 이러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생활권 중심지를 관통하고, 지역경제의 중심축을 잇는 노선이 더 높은 경제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도시철도는 사람과 산업, 문화와 생활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을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진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에는 정류장 배치, 환승 체계, 생활권 연계 등 훨씬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도시철도의 본질은 시민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며, 그 목표를 위해서는 현장의 변화와 생활권 흐름을 면밀하게 읽어내는 정책적 감각이 요구된다.

도시의 교통망은 그 도시가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울산이 성장의 축을 다시 세우고 시민의 일상과 산업의 흐름을 촘촘히 연결하기 위해서는 2호선이 반드시 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움직이며,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을 관통하는 노선이 돼야 한다. 앞으로도 필자는 그 원칙을 지키며, 시민과 함께 울산의 도시 미래를 더 단단하게 그려가겠다.

백현조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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