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나무에게 돌아가는 길을 알고
강은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
빛은
어둠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고
삶은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
수천만 번의 생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한번 한 몸이었던 것은 다시
제 몸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일억 사천만 년 전
처음, 한 몸이 된 후
다신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저 늪과 달처럼
소멸은 새로운 생성을 위한 바탕
잎은 떨어져 나무에게 가고, 강은 흘러 바다에 다다르고, 빛이 사위면 어둠이 찾아오고,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 모든 개별적인 존재들은 자신을 존재하게 한 근원으로 돌아가고 회귀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은 죽음과 소멸에 이른다.
하지만 겉으로는 소멸처럼 보이지만, 그 소멸은 사실 더 큰 존재 또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감’이며, 동시에 새로운 ‘생성’을 위한 바탕이 되기도 한다. 밤이 지나면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진 원소는 뭇 생명의 재료가 되니 돌아가는 것은 결국 돌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회귀와 재회의 이미지는 3연에서 더욱 구체화 된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인간은 원래 네 팔, 네 다리,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존재로 한 몸이었으나 신의 분노를 사서 둘로 나뉘게 되었고, 그래서 평생을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맨다고 하였다. 자연이 근원을 찾아 회귀하듯 인간도 잃어버린 것, 결핍된 것을 찾아 완전한 한 몸을 이루고자 한다. 마치 달이 늪에 비치고 늪은 달빛을 머금어 서로에게 깊이 젖어 들어 ‘다신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숙명적인 관계를 이루는 것처럼.
송은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