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 소유 부지 위에 들어서 있던 기존 경로당 건물은 행정복지센터 신축 과정에서 철거됐다. 대신 새 건물이 지어진 뒤 행정복지센터가 1층에 들어섰고, 경로당은 2층에 배치됐다. 이용자들은 당시 경로당 회원이 50명도 되지 않아 별다른 반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같은 건물에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이 입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면적 3334㎡ 규모의 3층짜리 건물을 복지관·행정복지센터·경로당이 함께 쓰면서 경로당은 당초 배정됐던 공간보다 더 안쪽으로 밀려났고 면적이 줄어든 구석진 위치에 정착하게 됐다.
그 사이 명덕마을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고 경로당 회원은 60명에서 올해 126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공간은 20년 전 셋방살이 시작 당시보다 더 열악해진 셈이다.
한 건물에 여러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공간 공유에 따른 마찰도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다. 복지관 장구수업·노래교실·체조 프로그램 등이 바로 옆 공간에서 진행될 때마다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는 경로당 회원들의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이전 논의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이전 비용으로 시비 약 7억원을 확보했지만 동구 재정 여건과 부지 확보 문제로 사업은 중단됐다. 인근 공립 어린이집 부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아동 인구 증가로 인해 어린이집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정말 옮길 수 있는 곳이 남아있느냐’는 회의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이용자는 “도시가 커지고 사람도 많아지니까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것 같다”며 “나이 들면 사회에 자리를 조금씩 내주는 게 순리 아니겠느냐”며 씁쓸히 웃었다.
경로당 이용자 불편과 관련, 동구는 2층에 위치한 경로당 이용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별도 출입구를 마련하거나 동선을 개선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공간 협소와 공간 활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근에 적절한 부지가 없어 추진하지 못했다”며 “현재도 적정한 이전 부지를 계속 찾고 있지만 가용 공간이 거의 없어 단시간에 이전 추진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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