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통합돌봄이 열어갈 미래
상태바
[기고]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통합돌봄이 열어갈 미래
  • 경상일보
  • 승인 2025.12.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장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장

내년부터 우리나라 돌봄정책에 큰 변화가 시작된다. 2024년에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즉 ‘돌봄통합지원법’이 2026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고령,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시민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을 한 번에 지원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집이나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 지원을 묶어서 받도록 하는 지역 중심의 정책이다. 병원이나 시설에 오래 머무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즉,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해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 기반의 지원 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책이 등장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큰 변화가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만 맡기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과거처럼 시민이 여러 기관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방식은 돌봄 공백을 더 키우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통합돌봄은 지역사회가 함께 돌봄 책임을 나누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이 추진한 ‘울산형 안심건강 통합서비스’는 지역 의료기관과 복지기관이 협력해 퇴원 후 건강관리와 일상생활 지원을 체계적으로 이어주는 사업이다.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혼자 불안해하지 않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 이 사업은 많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 11월19일에는 3년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보고회도 열렸다.

통합돌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지역 내 돌봄·의료 자원을 조정하고, 전달체계를 다듬으며, 서비스가 중복되거나 빠지는 일이 없도록 기반을 갖춰야 한다. 또한 통합돌봄을 전담할 조직을 마련하고, 종사자의 역량을 강화하여 시민이 필요할 때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책임도 맡아야 한다. 하지만 행정적 기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생활 기반의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은 일상 속에서 주변의 위험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이를 행정과 복지기관에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의 위험을 이웃이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통합돌봄의 중요한 현장 안전망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할 때 통합돌봄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앞으로 통합돌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통합돌봄의 목표는 단순히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최대한 늦추고, 시민이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후 지원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사전예방 중심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평소에 건강을 챙기고, 집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고립을 예방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돌봄 필요성을 줄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예방 중심의 접근이 자리 잡을 때 통합돌봄은 시민들의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완성될 것이다.

‘누구나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이 문장은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울산시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방향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지역의 의료·복지·돌봄 자원을 더 촘촘히 연결하고,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울산형 통합돌봄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시민이 필요할 때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지역 안전망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울산시가 걸어가는 길이며, 통합돌봄이 열어갈 미래이다.

신장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컨테이너 이동통로 비계 붕괴, 작업자 2명 2m 아래 추락 부상
  • “서생면에 원전 더 지어주오”
  • 김지현 간호사(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전문자격 취득
  •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 ‘청춘 연프’ 온다
  • 울산 도시철도 혁신도시 통과노선 만든다
  • 주민 편익 vs 교통안전 확보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