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도 못쓰는데…드론 시스템 확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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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도 못쓰는데…드론 시스템 확대 논란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12.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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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 울산본항 전경. /UPA 제공

울산항만당국이 테러 방지 등을 위해 40억원대 최첨단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수년 전 도입한 1000만원대 관용 드론조차 해상 환경의 악조건과 제도적 한계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창한 시스템 도입에 앞서 해상 운용의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장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8일 지역 항만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 2021년 12월 항로표지 시설 점검을 위해 990만원을 들여 드론을 구입했다. 육안 접근이 어려운 해상 등대나 방파제 시설을 정밀하게 살피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드론은 구입 직후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수산부의 최근 감사 결과 해당 드론은 2022년 단 2회 운용에 그쳤고, 2023년 0건, 2024~2025년에도 한두번 정도의 운용 실적에 그쳤다.

이에 대해 울산해수청은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과 장비 성능의 한계 때문에 ‘못 띄우는 사정’이 있다고 소명했다.

울산해수청 관계자는 “울산 해역은 돌풍이 잦아 보급형 드론으로는 비행 중심을 잡기조차 버겁다”며 “고성능 줌(Zoom) 기능이 없는 모델이라 균열 등을 확인하려면 시설물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울산 앞바다 기상 여건상 운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보험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관용차나 관공선과 달리 드론은 대인·대물 배상은 되지만 기체 자체에 대한 보상이 되는 자차 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추락시 국유재산의 소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해당 드론은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해 운용되지 못한 채 울기등대 공터에서 시운전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올해 1월 드론의 운용 계획을 연이어 수립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감사 과정에서도 항로표지 점검뿐 아니라 다른 업무 분야로 운용을 확대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은 채 울산항만공사와 울산해수청이 40억5100만원 규모의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존 장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직된 운용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해수청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장비들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도입 단계부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해상 환경에 맞는 사양 검토와 전문 운용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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