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믿음은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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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믿음은 길이 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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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울산 삼산고등학교 교사

김연경 감독의 ‘원더독스’는 MBC예능 ‘신인 감독 김연경’에 출연하며 프로팀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수원시청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블로킹을 앞세워 동점을 만들었다. 레드스파크스와의 경기에서 3대 1로 승리하면서 팀 생존을 확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프로 우승팀에 3대 0으로 완승했다. 7경기 5승 2패, 승률 약 71.4% 기록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뛰어난 선수가 뛰어난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우수한 선수가 자신의 역량을 선수들에게 얼마나 투영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최고의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의 눈빛에서 ‘우리’를 본다. 우리의 실력을 꿰뚫어 스치는 그의 시선을 느낀다. 그 순간은 몹시 아프다. 딴에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시선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평범함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지만 아프다. 우리에 대한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와 맞물려 우리 스스로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과 눈빛은 우리 스스로 바꿔가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스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머물 때 우리는 힘이 난다. 나에게 머무는 눈빛을 가진 그의 시선에 나 또한 시선이 머문다. 그리고 마음이 맞닿게 된다. 김연경 선수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마 선수들도, 함께 방송을 만들던 사람들도, 방송을 보던 우리 모두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녀는 따뜻했다. 단호했다. 상대 선수를 분석하고 작전을 공유했다. 물론 소속팀 선수들의 기량 또한 정확히 분석했다. 그리고 함께 훈련했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과 치열하게 대화했다. 거침없이 독려했다. 그녀는 선수들을 믿었다. 그녀의 가치가 여지없이 빛났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머무는 감독의 시선을 느꼈다. 그리고 힘을 냈다.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수없이 연습하며 노력했다. 스스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라진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눴다.

믿음은 믿어준 사람에게 되돌려준다.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선수들은 감독에게 믿음을 돌려주었다.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믿음은 길이 된다. 변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우리에게 머무는 믿음의 시선은 우리를 이끄는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려움이 크다. 현실적으로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에 더더욱 소심해진다. 그러나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의 믿음이 우리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교사가 학교에 있는 이유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유다.

이현국 울산 삼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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