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해양수도 부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연내 해수부 청사 이전이 마무리되고 HMM 등 주요 해운 대기업과 산하 공공기관까지 부산 이전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4일부터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해양산업의 중심축이 부산으로 확고히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부울경 해양수도 전략이 강화될수록 울산과 경남의 역할은 모호해지고 있다. 특별법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명문화해 지원 근거를 담았지만, 울산·경남에 대한 별도 조항은 없다. 형식적으로 ‘해양 수도권’을 내세우지만, 울산과 경남은 실질적 지원과 기능 배분 없는 추상적 개념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해양수도 전략은 부울경 전역을 항만·철도·공항이 연계된 ‘트라이포트’로 재편하고,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에너지 경쟁력이 강한 울산도 북극항로 전진기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항은 2009년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해 독일 선사의 목재 펄프 선박을 유치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울산항의 행정 기반은 턱없이 취약하다. 울산항만공사(UPA) 인력은 전국 주요 항만 중 가장 적고, 울산해양수산청 정원은 전국 11개 지방청의 6%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지방해수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액체 화물 처리량 전국 1위, 국가 에너지·석유화학 공급망의 핵심 항만이라는 산업적 위상에 비하면 ‘초미니 조직’의 틀에 갇혀 있다.
이 같은 해양행정 조직 축소는 행정구역·면적·어업생산량 중심의 구시대적 기준이 여전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울산항의 산업적 성격과 고도 전문성을 반영한 현대적 조직 재설계가 시급하지만, 광역시 승격 30년을 앞둔 지금까지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상태라면 해양수도권에서 울산항이 주도적 역할은커녕 변두리 역할조차 수행하기 어렵다.
울산이 해양수도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행정·물류 인프라 확충과 시설 현대화, 국가 정책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조선·에너지 등 울산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부산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기능이 국가 로드맵에 반영되는 게 급선무다.
울산은 지금 해양수도의 주역이 될지, 아니면 들러리로 남을지 결정될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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