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에너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원자력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가 9일 마련한 ‘울산 원자력산업 전주기 학술토론회’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울산이 어떤 전주기 전략을 구축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07기, 건설 중인 원전은 65기다. 평균 운영연수는 30년을 넘었고, 2050년까지 588기가 영구 정지될 전망이다. 해체비용은 1기당 약 1조원, 시장은 5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원전은 건설과 운영을 넘어 해체·방폐물 관리·환경복원까지 이어지는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리1호기·월성1호기 해체가 현실화하며 국내 원전해체 논의는 자연스럽게 울산 인근으로 집중되고 있다. 울산은 원전 밀집 지역과의 인접성에 더해 조선·플랜트·석유화학 기반, 항만·물류 인프라 등 해체 산업에 필요한 기술적·환경적 조건을 폭넓게 갖춘 도시다. 울산경자구역과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구축 계획도 이러한 기반을 보강하고 있다.
이번 학술토론회로 울산이 취해야 할 방향이 한층 분명해졌다. 울산 원자력에너지산업융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앵커기업·특화기업을 유치하고, 제염·해체·폐기물·부지복원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지역에 구축하는 일, 요소기술 개발과 실증을 통해 설계·인허가부터 절단·폐기물 처리까지 지역 기업의 참여를 넓히는 일 등이 제시됐다.
전문인력 양성과 산·학·연 협력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실습 장비와 VR 기반 실증 환경을 갖춘 교육체계를 구축해 해외 프로젝트에도 참여 가능한 기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은 울산의 현실적 필요에 맞닿아 있다. 해체 경험이 풍부한 해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표준을 충족하는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 역시 존재한다. 부산·경주와의 기능 중첩과 지역 이기주의, 원전·방사성 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 수용성, 초기 단계의 중소기업 생태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정보 공개와 안전성 검증, 지역 상생 구조 마련이 병행되지 않으면 산업 기반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원전해체 전주기 산업은 울산의 기존 제조·플랜트 역량을 확장할 기회다. 결국 울산의 대응 속도와 실행 체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공급망·기술·인력 전략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연결할 때, 울산은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한 축을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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