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이 이순신을 따르고 막강한 함대를 보유한 까닭에 조선의 조정이나 지방의 수령방백들까지도 그를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순신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첩자들의 공통된 보고입니다. 따라서 이순신을 지독히 미워하는 서인의 무리들을 적당히 충동질 시키면 이순신이 걸려들 것입니다. 조선인들은 머리가 좋은 민족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던진 밑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붕어처럼 입질을 하고 낚싯바늘을 삼킬 것입니다.”
“이순신이라면 우리가 흘린 정보를 믿을 리가 없잖은가?”
“당연히 영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이순신은 조정의 명령이라고 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반대파들이 조정을 우습게 여기고 명령에 불복종한 이순신을 체포하여 한양으로 압송한 후에 삼도수군통제사를 교체할 것입니다. 전란이 끝나지 않았는데 장수를 교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지금의 조선이라면 그런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입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이순신을 대체할 통제사는 누가 될 것 같은가?”
“아마도 서인과 북인의 지지를 받는 원균이 될 것이옵니다.”
“원균이라? 육전에서라면 몰라도 해전은 지휘한 경험이 없는 장수가 아닌가?”
“이순신 밑에서 약간의 경험을 쌓았을 뿐입니다. 원균은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수군 장수들이 능히 격파할 것입니다.”
히데요시는 원균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원균은 용맹하기는 하나 탄금대 전투에서 패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린 신립처럼 지략이 없고 참을성 또한 적은 자라고 적혀 있었다. 해전은 맹장(猛將)보다 지장(智將)이 유리하다는 것을 이순신을 통해서 확실하게 알게 된 히데요시는 비로소 웃은 얼굴로 고니시를 쳐다보았다.
“만약에 조정의 요구대로 이순신이 출병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산과 대마도 사이는 남해의 지형과는 판이하게 다르옵니다. 탁 트인 바다에서 싸운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가토군이 무사히 부산포에 도착한 후에 이순신의 함대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육지의 방어진지에서 방어를 하면 아무리 이순신이라고 해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훌륭하군. 훌륭해.”
“합하, 이젠 안심하시고 출병을 결정하시옵소서. 2차 조선정벌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막대한 전쟁비용이 걱정인데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미 예수회 신부들과 포르투갈의 세바스티앙 왕조로부터 상당량의 전쟁물자를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그대가 보기에 그들이 왜 조선정벌에 그렇게 적극적인 것이오?”
글 : 지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