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서 조상의 묘가 임도로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민원인과 행정당국인 울주군청 모두가 임도가 생성되기 이전의 사진 등 확실한 증거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 책임 소재는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9일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산 59 일원. 산 입구부터 중장비로 조성한 듯한 임도가 산 중턱 너머까지 뻗어 있다. 곳곳에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걸린 나무를 훈증한 나뭇더미가 놓여 있다.
이영화(62)씨는 임도를 가리키며 100년 가까이 관리해 온 고조할아버지 산소가 후손들 모르게 임도로 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어디에 산소가 있었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씨는 “4~5년 전 마지막 벌초 이후 올 추석에 벌초를 위해 찾았는데, 산소가 없어지고 임도가 들어선 걸 발견했다”며 “묫자리는 딱 보면 주위에 공터가 있어 묘자리인 걸 알 수 있는데 왜 묘를 훼손하고 임도를 설치한지 모르겠다. 특히 이 산은 유실수나 임산물이 나오지 않아 임도를 개설할 이유가 없는 산이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원상복구를 요청했지만, 행정에서 한 일이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과거 임도가 없었다는 증거 사진을 제출하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하지만 벌초 시 찍어둔 사진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비를 들여 복구해도 되지만, 이제는 도의상이라도 원상복구와 사과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 정도 규모의 임도를 설치하는 것은 관급공사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 산에서 작업이 이뤄진 것은 소나무재선충 방재 작업 뿐이라고 했는데, 실제 지난 2023년 소나무재선충 방재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군이 조사를 벌인 결과 소나무재선충 방재 작업 업체와 지난 2018년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한 업체 모두가 “이미 길(임도)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숲 가꾸기 시공사와 감리사는 사업을 위해 작업로를 설계했지만, 현장 확인 당시 길이 이미 개설돼 있어 해당 길을 사용했다며 당시 GPS를 통해 그린 트랙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두 업체 모두 이를 입증할 당시의 사진은 전무한 상황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책임 소재가 명확히 구분돼야 업체에 원상복구를 지시하든가 하는데, 현재로선 확실한 증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좀 더 명확한 증거 확보 및 산주들에게 연락해 임도 설치 경위를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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