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을 완료하게 되면 국내 해양 행정의 무게추가 부·울·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벙커링의 거점이자 ‘글로벌 오일허브’를 자처하는 울산항만당국의 조직 등 행정 인프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항의 인접한 위성항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중장기 항만행정 효율성 극대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지역 항만업계와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울산항을 이끄는 양대 축인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울산항만공사(UPA)의 인력 규모는 주요 항만 도시 중 열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UPA의 인력은 올 3분기 기준 129명이다. 부산항만공사(281명)나 인천항만공사(286.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울산보다 물동량 유동성이 큰 여수광양항만공사(182명)보다도 50명 이상 적은 만년 꼴찌 신세다.
국가 행정 조직인 울산해수청 상황도 큰 차이가 없다.
울산청 공무원 정원은 80명(현원 75명)으로 11개 지방청 전체 공무원 정원(1287명)의 6%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청(240명)과 여수청(133명)·포항청(104명) 등과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뚜렷하다. 울산청은 군산청(84명)·대산청(79명)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간제·계약직 등의 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최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은 기본적으로 액체화물을 기반으로 한 항만의 기능은 우위에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까지 관할하는 지방청과 달리 행정구역이 ‘울산’에만 국한돼 있고, 국내·제 여객항이 없는데다 어업생산량도 타 시·도에 비해 소규모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의하면 지난해 울산의 어업생산량은 1만3339t에 그쳐 부산(25만여t), 강원(4만7000여t) 등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이에 더해 울산항 인프라 구축 사업 등 대부분을 UPA가 담당하다 보니 조직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해운허브 부산 시대가 개막하면서 최측근 지원청으로 떠오를 울산항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초미니 울산항 행정 조직의 한계는 현장 행정의 난맥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론 운용 문제를 들 수 있다. 단순히 장비 성능 문제가 아니라, 드론을 전담해서 띄우고 관리할 전문 인력을 따로 배정할 수 없는 인력 구조 탓이 크다. 직원 한명이 서너 개의 업무를 동시에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드론 운용만을 위한 편제를 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항만업계에서는 이 같은 만성적인 인력난이 향후 울산항의 미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사업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는 울산항을 북극항로 시대 대비와 녹색해운항로 주도는 물론, 향후 친환경 에너지 물류를 선도하는 신북방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조직 규모로는 고도화된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산업지원 항만이라는 울산항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단순히 어업생산량이나 행정구역 면적 같은 구시대적 잣대로 수년 간 소규모 조직 규모를 묶어두고 있다는 반발심리 마저 나온다. 액체화물 처리 국내 1위이자 위험물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울산항의 질적 행정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오일허브와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한 화물 처리를 넘어 고도의 전문 행정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영역”이라며 “과거의 잣대인 어업량이나 면적 기준으로 인력을 묶어둔다면 울산항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물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