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AI 수도’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실제 지역의 AI 인재·혁신·도입 역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전국 시군구의 ‘AI 준비도’를 6단계로 평가한 결과, 울산 5개 구·군의 전반적 성적은 대부분 C등급 이하로 분석됐다. 울주군이 그나마 C등급으로 중간권을 차지했을 뿐, 중구·남구는 D등급, 동구·북구는 E등급에 머물러 울산이 내세운 ‘AI 선도 도시’ 전략과 지역의 현실적 역량 사이의 깊은 간극을 재확인했다.
지역별·산업별 비교우위 분석 역시 이러한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AI 수도’를 지향하는 도시라면 기본 토대가 되는 정보통신·데이터·전문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울산은 정보통신업 입지계수는 가장 높은 남구조차 D등급에 그쳤고, 전문서비스업 입지계수도 남구·중구·북구가 C등급 수준에 머무는 등 수도권과의 격차가 뚜렷했다. 이는 AI 산업 생태계를 떠받칠 기술·서비스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수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금융·의료 분야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울산의 금융 입지계수는 남구, 의료 입지계수는 중구·남구가 각 C등급에 머물 정도로 산업 집중도 자체도 높지 않았다.
반면 울산의 대표적 강점인 첨단 제조업에서는 북구가 B등급(전국 7위)으로 확실한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구·군 대부분은 D등급 수준에 그쳐, 울산의 산업 구조가 여전히 전통 제조업 중심에 편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 AI를 활용할 여지는 크지만,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상황은 울산의 AI 도약 전략이 제조 기반과 기술 체계 간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돼야 함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울산은 제조업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나, AI 준비도와 디지털 역량의 부족으로 ‘AI 수도’라는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울산이 목표로 한 비전과 현실적인 역량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강점에 AI를 신속히 접목하는 추진력, ICT·전문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역량 강화, AI 인재 양성과 혁신 인프라 구축 등 다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은 ‘AI 수도’ 전략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 점검과 실행 체계를 다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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