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 커닝 사태가 던진 근본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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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 커닝 사태가 던진 근본적 질문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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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최근 들어 대학가 및 학교 현장에서 ‘AI(인공지능) 커닝-학생들이 에세이나 과제, 시험 답안 작성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대학생의 약 90% 이상이 과제나 레포트 작성시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동시에 많은 대학이 생성형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단순 요약, 글쓰기, 논술, 분석까지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과제의 결과물만으로는 학생의 진짜 사고 과정이나 이해도를 보장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부정행위’에 대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교육과 평가 체계 전반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즉, 지금의 ‘AI 커닝 사태’는 단순히 일부 학생의 윤리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체가 ‘AI 시대 이전’의 설계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변화 앞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암기나 재생산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만큼, 학교가 평가해야 할 역량은 새로운 방향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와 AI 리터러시다.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내용에 오류나 편향이 없는지, 논리가 충분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이해하고,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학문적 윤리, 출처 확인, 사실 점검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학습 요소가 될 것이다.

둘째는 창의성과 문제 생성 능력이다. 전통적 평가는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에 초점을 두었지만, 앞으로는 학생 스스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려는 역량이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AI를 참고하되,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점이나 탐구 주제를 도출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사고력으로, AI 시대일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셋째는 메타인지와 자기 반성이다. AI를 사용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이후에 학생 스스로 “나는 무엇을 AI로 수행했고, 무엇을 스스로 했는가” “왜 그렇게 했고,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를 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자기 점검과 반성 과정이 메타인지이고, 학습의 질을 깊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과제 제출시 단순 결과물뿐 아니라 AI 사용 여부, AI가 한 부분과 학생이 직접 작성한 부분, AI 출력물의 수정 내역과 그 이유,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단순 ‘답 제출’을 넘어 ‘사고 과정의 제출’이 가능해진다.

넷째는 윤리적 판단과 책임감이다. AI가 접목된 학습 환경에서는 사용의 투명성과 정직성,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더욱 중요해진다. 학교는 AI 활용의 허용 범위와 학업 윤리를 명확히 안내하고, 학생들이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은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AI를 활용하는 과정 자체가 팀 활동과 아이디어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팀원들과 함께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업 능력과 피드백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평가 방식도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 보고서나 요약 과제처럼 AI가 대신하기 쉬운 과제는 앞으로 점점 가치가 떨어진다. 대신, 고차원적 사고-분석, 평가, 종합, 창의적 생산-을 요구하는 AI-저항성 과제가 필요하다. 즉, 단순한 암기나 재생산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시험하는 과제다. 예를 들어, 학생의 경험이나 지역성, 개별 맥락을 반영한 주제, 혹은 구체적 사례 분석, 토론, 창작 과제 등이 AI-저항성 과제에 속한다.

결국 AI 시대의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을 넘어, 학생이 AI와 함께 사고하고 AI를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AI라는 도구를 통해 더 깊이 사고하고, 더 넓게 상상하며, 그 결과로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AI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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