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기후2050]기후위성, 기후정책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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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기후2050]기후위성, 기후정책을 바꾸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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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더 이상 여름이 여름답지 않고,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 기후위기의 시대는 계절의 이름부터 다시 써야 하는 시대로 우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히 ‘보고 있는가’이다.

최근 경기도가 지방정부 최초로 기후위성 ‘경기샛 1호’를 우주에 올린 사건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의 파고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흔들린다. 산불이 번지는 방향, 홍수의 첫 범람 지점, 도시 열섬이 밤새 쌓아 올린 열은 모두 특정 장소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호를 가장 먼저 받아야 할 지방정부는 그동안 중앙기관의 자료를 기다리는 구조에 묶여 있었다. 관측의 부재는 곧 대응의 한계를 의미한다. 기후위기 앞에서 지방정부가 눈을 뜨지 못한 채 기다리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다.

경기샛 1호의 발사는 바로 그 한계를 뒤집은 시도이다. 3년간 지구로부터 500㎞ 떨어진 우주를 비행하는 무게 25㎏의 초소형 위성은 작지만, 그 눈은 매우 정밀하다. 산불의 확산 경로, 홍수·침수 피해 범위, 산사태 가능 지형의 변화를 촬영하고, 도시 열섬 분포까지 감지한다. 기존 국가위성의 관측 주기와 해상도로는 놓칠 수 있는 지역의 미세한 기후 징후들이 위성의 센서에 고스란히 담긴다. 데이터를 ‘받아보는’ 행정에서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는’ 행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기후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번 발사의 더 큰 의미는 다음 페이지에 있다. 경기도는 이미 2호기와 3호기 계획을 세워두었다. CO₂와 메탄을 직접 관측하는 온실가스 위성이다. 탄소 배출량을 기업이나 공장이 ‘신고’하는 시대에서, 위성이 ‘검증’하는 시대로의 이행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후 지역의 경쟁력은 단순히 탄소를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온실가스 관측위성은 단순 규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생존 도구가 된다. 경기도가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창문이 아니라, ‘기후경제의 지도’ 일 것이다.

기후위성의 시대! 결국 기후데이터가 열쇠이다. 이제 기후 데이터는 더 이상 국가만의 자산이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고, 기업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ESG 전략을 세우며, 시민은 공개된 정보를 통해 정책을 감시하고 참여하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곧 데이터에서 완성된다. 관측이 있어야 대책이 생기고, 데이터가 있어야 감시가 작동하며, 정확한 증거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경제가 만들어진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미래를 판단할 것인가?” 어쩌면 경기도의 선택은 지방정부가 처음으로 우주에 던진 작은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는 지역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기후 대응력은 한층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기후변화는 더 이상 멀리서 오는 위협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보는 눈 역시 우리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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