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찾은 울산 중구 한 다이소 매장. 입구와 계산대 곳곳에 ‘현금 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물건을 고른 손님들은 익숙한 듯 카드를 꺼내거나 스마트폰 QR코드를 준비해 무인 계산대(키오스크) 앞에 섰다. 반면 안내문을 보고 당황해 직원을 호출하는 고령층 고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다이소가 울산 지역 38개 점포 중 유일하게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현금 없는 매장이다. 현금 결제 기능을 없애고 신용·체크카드나 각종 간편결제(페이)로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빨라진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현금 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15.9%에 그쳤고 신용카드(46.2%)·체크카드(16.4%) 등 카드 비중이 높았다. 현금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이번 실험은 결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시간이 줄어들면 회전율이 빨라지고, 마감 시 현금 정산 업무도 간소화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결제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금 사용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이나, 아직 신용·체크카드 발급이 어려운 어린이·청소년 고객이 ‘결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아이들이 학용품을 사러 올 때가 많은데, 카드가 없는 초등학생들은 아예 물건을 못 사게 되는 것 아니냐”며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국민 가게’라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역 일부 대형마트들에서도 대면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더해 카드 결제만 가능한 무인 계산대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현금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지류 상품권이 존재해 완전 현금없는 매장 도입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세대가 전환될수록 현금 거래가 줄어들다 보니, 간편계산대 도입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글·사진=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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