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무인문구점, 규제공백 ‘안전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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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무인문구점, 규제공백 ‘안전사각’
  • 주하연 기자
  • 승인 2025.12.11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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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의 한 무인문구점에 모형 무기류가 진열돼있다. 연령 확인 절차 없이 어린이들도 쉽게 결제할 수 있다.
울산 곳곳의 무인문구점이 어린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령 확인 절차 없이 실물과 흡사한 모형 무기류까지 그대로 진열·판매되면서 관리 공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찾은 중구 학성동의 한 무인문구점. 매장 한쪽 진열대에는 장난감 총과 칼 등 실제 무기를 연상시키는 모형 제품들이 여과 없이 놓여 있었고, 초등학생들이 이를 자유롭게 만지고 구매하는 모습이 쉽게 포착됐다.

일부 제품에는 ‘만 14세 이상 사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KC(국가통합인증) 표시나 제조번호 등 필수 안전 정보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부 칼 모형은 플라스틱 재질임에도 날끝이 종이를 자를 정도로 날카로웠다.

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법은 실제 무기와 유사한 구조나 기능을 가진 모의총기의 제조·판매·소지를 금지하고 있으며, 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서 유해물품을 진열·판매하는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매장에서는 초등학생 남학생들이 칼·총 모양 완구를 집어 들어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했고, 신분증 인증이나 보호자 동의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누구나 제약 없이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무기류 외에도 BB탄총, 폭죽형 장난감, 순간접착제, 열·충격에 취약해 폭발 위험이 있다는 경고 문구가 붙은 제품 등 안전 우려가 큰 완구들이 별도 잠금장치 없이 아이들 눈높이에 진열돼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서로를 향해 칼이나 총 모양 장난감을 겨누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흉기 관련 사건도 많은데, 이런 물건이 아무 제재 없이 팔리는 건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험성이 명확함에도 이를 규제하거나 관리할 법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무인문구점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신고나 인허가 대상이 아니며, 완구·문구류는 식품과 달리 위생·안전 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주류·담배처럼 청소년보호법상 유해물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판매를 제재할 규정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인문구점의 경우 담당 부서도 불명확하고 단속 근거도 거의 없어 관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현행 법규만으로는 모형 무기류 같은 위험성 완구를 규제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워 제도 공백을 보완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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