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만선의 꿈’ 원정 멸치잡이 수십척 찾아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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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만선의 꿈’ 원정 멸치잡이 수십척 찾아 활기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12.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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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3~4시께 방어진항의 모습. 붉은 집어등을 켠 멸치잡이 선단들이 엔진음을 내며 줄지어 출항하고 있다.
▲ 10일 오전 9시께 멸치 조업을 마치고 방어진항으로 돌아온 선원들이 그물을 털고 내일 나갈 조업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 조업철이 시작되는 매년 이맘때면 울산 동구 방어진항이 새벽부터 분주해진다. 남해안에서 올라온 멸치잡이 선단이 정박하며 새벽 시간대 항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단체 출항’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3시께 방어진항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의 집어등과 작업등이 하나둘 켜졌다. 조용하던 항은 20여분 만에 엔진 시동음으로 가득 찼다. 멸치 선단을 포함한 여러 어선들이 갑판 위 장비를 점검하고 무전을 교환하며 조업 준비에 들어갔다.

수십 척의 선박이 내는 요란한 엔진 소리가 10여분간 이어지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붉은 집어등을 켠 몇 척의 선박이 가장 먼저 항을 벗어났다, 뒤이어 네댓 척씩 묶인 선단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지어 뒤를 따랐다.

방어진항은 항구 자체가 둥근 형태로 들어앉아 있고 바로 뒤편이 주택가라 새벽 시간대 어선 간 교신 소리가 비교적 크게 울린다. 이날도 “가자” “ㅇㅇ챙겨” 등의 지시가 선원들 간에 오가며 항 전체에 퍼졌다. 이 과정에서 무전 신호음과 단말기 잡음도 종종 들려왔다.

멸치는 주로 남해안에 서식하지만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어군이 동해안까지 북상한다. 이 때문에 멸치잡이 선단은 거제·남해 일대를 떠나 정자항·방어진항으로 옮겨와 다음 해 봄까지 머물며 조업을 이어간다.

올해도 20개 안팎의 선단이 방어진항에 자리를 잡았다. 멸치는 위판장이 아닌 가공업체와의 직거래 비중이 높아 공식 어획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최근 어획량이 줄면서 조업 시간을 단축하는 날이 늘었다.

이날도 오전 4시께 출항했던 어선 대부분이 오전 9시가 되기 전 하나둘 항으로 돌아왔다. 귀항한 어선들은 갑판 위에 그물을 널어 말린 뒤, 그물 사이에 끼어 있는 멸치를 털어내는 작업을 분주하게 이어갔다.

일부 선단은 우연히 그물에 걸린 광어 등의 횟감을 손질해 끼니를 해결하며 다음 조업 준비에 들어갔다.

거제에서 올라왔다는 선단주 황석도씨는 “멸치배는 역할이 나눠져 있어 최소 4척이 한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여름엔 남해 쪽에 머물다 겨울엔 동해로 오는데 올해는 멸치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매년 겨울 잠시 머물다 떠나는 배들이지만, 한두 척씩 움직이는 가자미 어선과 달리 최소 네 척 이상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멸치배 선단은 소음이 훨씬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해마다 민원도 종종 나오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 주민들 역시 어느 정도는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근 아파트의 한 주민은 “솔직히 새벽에 너무 시끄러워 가끔은 내려가서 조용히 하라 말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오래 있다보니 익숙해졌다. 항구에 사는 만큼 이 정도는 감안해야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상점에서는 겨울철 방문하는 멸치배로 상권이 그나마 활성화 된다며 멸치잡이배의 북상을 반기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같은 항을 쓰는 어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만난 한 어선주는 “방어진항이 워낙 좁은데 멸치배는 덩치도 크고 척수도 많아 정박하면 항로가 겹칠 때가 많다”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가끔은 그물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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