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7)]잔소리 말 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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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47)]잔소리 말 삼가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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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세계적 인간관계 전문가인 데일 카네기(D. Carnegie)는 잔소리를 ‘사랑을 파괴하는 데 지옥의 악마들이 개발한 가장 치명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잔소리’의 낱말 짜임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의 ‘잘다’와 ‘소리’로 되어 있다. 사전적 뜻매김도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되어 있어 잔소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 자잘한 말이라는 뜻이다.

잔소리는 말할이는 들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말하는 조언이라고 하지만, 들을이는 지나친 간섭과 구속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조언과 잔소리의 경계가 불분명하기도 하다. 그러나 들을이가 상대의 말을 듣고 불편해 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잔소리는 주로 상대의 행동에 대해 불만과 질책투의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들을이는 기분 나빠하면서 상대와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잔소리는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친구와 부부 사이에서도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친구와 부부의 잔소리는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함으로써 상대에게 미운 감정이나 반발심을 불러오게 해 심하면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다.

일찍이 논어에서도 ‘친구 사이에 충고가 잦으면 사이가 멀어진다(朋友數 斯疏矣)’고 했고, 영국 속담에 ‘아내의 충고는 한 번은 듣되 두 번째는 듣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잦은 잔소리를 경계하는 가르침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잔소리는 자녀의 자발성과 창의성과 같은 인지발달을 막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부모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게 하고 물어오는 물음에 성의껏 답해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최선의 말하기다.

잔소리를 들었을 때는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시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잔소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잔소리에 곧바로 반응하면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잔소리에 외면하거나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고, 상대의 잔소리에 부드럽게 되돌려주거나 상대의 잔소리가 지나치다거나 그것으로 힘들다는 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잔소리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애정과 조언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 경우는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당신이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잔소리하기보다 상대의 행위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넓은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잔소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위험한 말하기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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