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의 학교 배정 문제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제기되며 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낳았다. 배정 결과가 공개되던 날, “아이가 너무 먼 학교로 배정됐다”는 학부모의 메시지들이 이어졌고, 어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가 아닌, 생활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불안해했다.
학교 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결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의 하루 리듬과 가족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울산의 중학교 배정은 지망 중심의 추첨 방식이 기본이다. 공정성을 고려한 제도지만, 공정함과 일상적 편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활권이 넓게 묶인 학교군에서는 ‘근거리 통학’이라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눈앞에 있어도 배정받지 못하고, 반대로 생활권이 전혀 다른 학생들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구조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 증가, 학령인구 변화, 특정 지역의 과밀·과소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제도는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 몫이며, 혼란과 불신은 학부모가 감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울산의 배정 체계를 냉정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는 학생의 학업성취가 개인이나 가정의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등교 환경 주변의 다양한 도시환경 특성이 학업성취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즉, 통학 환경은 일상의 중요한 축이며 학업 집중도, 정서적 안정,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도시 환경과 교육 환경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
이제 울산도 생활권 중심 배정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먼저, 근거리 통학 원칙을 확실하게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이의 통학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루의 출발점이며 안전과 정서적 안정이 걸려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있고, 부모가 마음 놓고 등·하교를 부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교육행정이 책임져야 할 기본이다.
둘째, 도시계획·주거정책과 연계한 중장기 학교 배치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은 교실이 부족하고, 다른 지역은 학생 감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시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울산의 교육 지도가 다시 그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정 과정의 투명성은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 학부모는 결과보다 과정을 알고 싶어한다. 어떤 기준으로 배정되었는지, 그 기준이 왜 필요한지, 올해의 변화가 내년에는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정책은 설명되는 순간 시민의 것이 되고, 설명되지 않는 순간 불신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침마다 등굣길을 오가는 그 작은 걸음 속에는 꿈과 불안, 설렘과 부담이 뒤섞여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길을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울산의 학교 배정은 이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아이들의 하루를 중심에 둔 배정, 도시의 현실을 반영한 생활권 중심 배정, 투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춘 배정제도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변화가 시작될 때, 울산교육의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안대룡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