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유명한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4세, 고3 수험생처럼 시간표를 쪼개가며 영단어를 외우는 7세….
초등학교 입학 전에 치르는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이른바 ‘4세·7세 고시’가 내년부터 금지될 전망이지만, 일부에서는 사각지대를 노린 꼼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일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4세·7세 고시’는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영유아 정서발달을 저해하고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울산시교육청도 이를 금지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사전 레벨테스트는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조기 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학부모의 불필요한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유아 대상 영어학원 대상 특별점검 전수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유아 대상 전체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시설기준, 내외부 게시 의무 사항 준수, 강사 채용통보 적정성 등 학원법 위반 여부 전반을 살폈다.
학원업계도 자정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원총연합회는 ‘유아영어학원 입학시험 금지를 통한 건전 학원교육 선언’을 발표하는 등 영유아 레벨테스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편법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게 개정안 수정안에는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 관찰 면담 방식의 진단적 성격 평가는 가능하도록 조정됐다. 원안에는 입학 후 수준별 배정 등을 위한 시험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자체 시험이 아닌 외부에서 따로 응시한 민간시험 성적표를 제출해서 등급을 판단하거나 구술 평가 등을 통해 반을 나누는 식의 시험이 실시되는 분위기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만 18개월부터 미리 해당 학원을 다니고 있어야 정식반 등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학부모들은 “정부가 영유아 입학시험을 사실상 금지했는데 절대 막을 수 없고 오히려 편법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정 학원에서 시작하면 눈치게임을 하다가 모두 따라할 게 분명하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