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다.
예산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돼 6척이 건조된다. 당초 계획으로는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부터 상세설계·선도함 건조에 착수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 속에 방위사업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업이 2년 가까이 미뤄졌다.
방사청은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고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관례상 기본설계 사업자가 이후 사업까지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이나 양사 공동설계를 주장했지만, KDDX 전력화를 고려하면 동일 업체가 기본설계부터 건조까지 이어가는 게 최선책이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KDDX 수주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던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듯한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는 참석자의 요청에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방위사업청장에게 당부했다.
이 발언이 과거 기밀 유출로 보안 감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지목한 것이라는 시각이 관련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등 9명은 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확정판결을 받았다.
업계는 일단 보안 감점이 계약상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상황이 급변했고, 사실상 수의계약이 아닌 두 회사의 공동설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은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설계) 세 가지 중 최종 한 가지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또 공동개발(설계)이 담합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한 상태다. 공동개발은 KDDX 상세설계를 두 회사가 같이하고 공동설계를 마친 직후 1·2번함을 동시에 발주해 한 척씩 건조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수주 훈풍을 기대하던 지역 조선업계와 노동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KDDX 사업 여부가 대규모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사업 방식이 흔들릴 경우 고용 불안이 극심해지고 울산 경제 전반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이날 소식지를 통해 “‘과거의 불법’과 ‘오늘의 노동자 생존권’이 구분 없이 뒤엉킨 채 정책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부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방식의 일감 재편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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