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이룬 것이 마지막 말인 것이다 듣는 이 없이 부르짖은 감탄사인 것이다 절벽 위에서 엄마,라고 소리쳤는데 처음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이 누군가의 자녀였음을 보란 듯이 증명해낸 것이다 엄마,라는 말이 물주머니처럼 터지려는 것이다 소금기를 쫙 빼고 눈물 이상으로 극적인 것이다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얼굴이 다른데 비슷비슷한 것이다 슬픔을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앞서간 사람이 나라고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잡을 테면 기어이 뛰어내린다는 것이다 꼬깃꼬깃 주름을 집어넣은 엄마,는 알고 보니 둥근 것이다 꽤 반짝이는 것이다 결국에는 둥근 육체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봉착한 난관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빛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 내민 손목이 있는 것이다 신이 있다면 이 손목을 놓아 주소서, 기도하는 자세를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보니 가벼워지고 가벼워졌는데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것이다 찰나일 뿐인데 엄마,가 있는 것이다
찰나의 물방울에서 영원한 모성을 보다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첫 글자가 M으로 시작하는,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단어를 쓰라고 했을 때, 정답은 magnet(자석)이었지만 85% 이상의 학생이 mother(엄마)라고 썼다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1위로 선정된 낱말도 역시 ‘어머니’였다는 사실.
신이 모든 곳에 있기 어려워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 시에서는 작고 미미한 물방울에서도 엄마를 본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말도, 아마 죽기 전에 가장 나중에 하는 말도 ‘엄마’일 것이다.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얼굴이 다른데 비슷비슷하다는 것은 자식을 향한 사랑으로 슬픔과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라는 존재가 지닌 보편적인 정서를 말한다. 이처럼 물방울의 이미지는 눈물과 슬픔으로 마침내 둥긁으로 이어진다. 꼬깃꼬깃한 주름이 둥글게 반짝인다. 이제 주름진 엄마의 모습이 사실은 둥글고 반짝이는 완전한 형태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인식은 가벼워졌는데 참을 수 없이 무겁다는 구절에도 나타난다. 기도를 통해 번뇌를 내려놓은 마음은 물방울처럼 가볍지만, 삶의 근원으로서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삶은 물방울처럼 찰나이지만, 거기 영원한 모성으로서의 엄마가 있다. 송은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