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은 47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0.92% 수준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조사가 시작된 2011년 13만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9.7%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3066조원으로 1년 새 8.5% 증가했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5041조원)의 6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소는 부자들의 자산 증가율이 전체 가계(4.4%)보다 두배가량 높아 일반 가계보다 부의 축적 속도가 빨랐다고 분석했다.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4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억1000만원 늘었다.
자산 규모별로는 10억~100억원 미만인 자산가가 43만2000명(90.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00억~300억원 미만의 고자산가는 3만2000명(6.8%), 300억원 이상의 초고자산가는 1만2000명(2.5%)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0년 이후 자산가와 고자산가 수가 연 5%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초고자산가는 연평균 12.9%씩 급증해 부유층 내에서도 자산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54.8%, 금융 37.1%로 구성돼 전년 대비 두 비중 모두 소폭 줄었다. 대신 금이나 디지털 자산 등 기타자산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는 거주용 주택이 31.0%로 가장 많았고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외 주택(10.4%), 예·적금(9.7%) 순이었다.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며 거주용 주택과 빌딩·상가 비중은 감소했지만, 유동성 금융자산과 예·적금, 주식 비중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투자 성향은 한층 보수적으로 변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손실을 감내하는 공격·적극 투자형은 17.1%로 1년 전보다 3%p 줄어든 반면, 안정·안정추구형은 49.3%로 5%p 증가했다. 정치적 혼란과 경기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향후 유망 투자처에 대한 관심은 주식에 쏠렸다. 향후 1년 이내 단기 고수익 예상 투자처로 응답자의 55.0%가 주식을 지목했고, 3~5년 중장기 유망처로도 주식(49.8%)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지난해 주식시장 반등으로 수익을 경험한 비율이 40.0%에 달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한 주된 원천은 사업소득(34.5%)이었으며, 부동산 투자 이익(22.0%)과 금융 투자 이익(16.8%)이 뒤를 이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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