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소추진선박 선급 인증기준과 운항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 울산의 ‘안전 기반 소형 수소추진선박’ 실증사업이 시험 인프라 구축 방식을 조정하며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울산시는 시험소 신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시간을 줄이고, 남은 기간은 실제 건조·운항 데이터 축적과 안전기준 정립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14일 울산대학교와 함께 추진 중인 ‘안전기반 소형 수소추진선박 기술개발 및 실증’ 사업과 관련해 육상시험소 구축 방식을 신축에서 UNIST 유휴시설 리모델링으로 변경하는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고, 2025년도 시비 교부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총 300억원이 투입돼 2022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57개월간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40인승 350㎾급 소형 수소추진선박을 실제 건조·운항하며 안전기준을 정량화하고 전주기(설계~실증) 표준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주관기관은 울산대학교이며 한국수소산업협회, HD현대중공업 등 산·학·연이 참여한다.
사업이 시작된 배경에는 조선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탈탄소 전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연료와 추진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수소는 운항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수소추진선박의 설계·건조·운항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선급 인증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내륙 수로와 해상 운항에 대한 안전성 평가 기준과 기술 축적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초기 단계부터 실제 선박을 건조·운항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량화된 안전 기준을 제시해 수소추진선박 상용화의 출발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계획 조정의 핵심은 ‘LBTS(육상시험소)’ 구축 방식이다. 당초 시는 시비 60억원 중 40억원을 투입해 시험소를 새로 짓기로 했지만, UNIST PIONEERS 캠퍼스 내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리모델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시험소 구축 예산은 ‘신축’(설계·기획 4억원, 건축 36억원)에서 ‘리모델링 및 설비 중심’으로 바뀌고, 절감되는 재원과 행정·공기 여유는 실증 핵심 과업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시는 절감분을 선박 건조·실증과 충전 인프라 검토에 더 두텁게 투입하기로 했다.
40인승 수소선박 건조비는 자재비·인건비 상승에 더해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설비 기준 마련 과정과 한국선급 사전검토에 따른 안전설비 보강 등이 겹치며 당초 추정치보다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타 조선소 견적을 비교해 적정성을 점검하는 한편, 충전 방식도 기존 장생포 수소충전소(350bar) 활용, 700bar 승압, 이동식 충전 등 시나리오별 비용을 산정해 ‘최소 비용·최대 효율’의 조합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실증 운항은 2026년 말까지 장생포항~대왕암공원 구간(편도 약 13.9㎞)에서 주간·야간으로 나눠 진행한다. 사업기간 중 계류장은 민간 조선소 계류장을 임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대효과도 적지 않다. 우선 수소추진선박의 안전기준 정량화와 운항 데이터 축적은 향후 선급 인증기준 마련의 기반이 된다. 표준모델이 제시되면 선박용 연료전지·전동기·전력변환장치 등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와 공급망 확대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울산은 조선·수소 산업 인프라가 집적된 만큼 실증 결과가 상용화로 이어질 경우 친환경 선박 전환 국면에서 지역 조선업의 새로운 먹거리 확보와 관련 산업 생태계 확장, 고급 기술인력 수요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 방식을 합리화한 만큼 남은 기간 기술개발과 실증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상용화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