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청소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 스스로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를 흐르면서 낮 동안에 뇌의 대사로 생겨난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같은 독성 물질을 씻어 내는 청소 시스템을 말한다. 뇌신경세포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글리아(glia) 신경교세포와 림프계를 합한 용어다.
깊은 수면 상태인 꿈을 꾸는 렘(REM) 수면 상태가 되면 기적같이 뇌세포가 줄어들어 그 사이 공간이 60%가량 넓어지고, 그 사이로 뇌척수액이 들어와 노폐물을 씻어낸다.
이 독성 노폐물이 그동안 어디로 배출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2년 전 카이스트 고규명 박사가 뇌 아래쪽 림프관을 통해 턱 밑에 있는 200여 개의 림프샘에 모여 전신 혈액순환 계통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해 최고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뇌척수액의 양은 하루 평균 150㎖이지만 하루 450~500㎖의 뇌척수액이 새로 만들어져 배출된다.
따라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나이가 들어 림프관이 막혀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건망증이 되거나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이 많이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가 된다.
그러니 치매 예방에는 깊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 7시간 정도가 좋고, 적어도 저녁 11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깊은 잠을 자는 게 좋다.
6시간 이내로 자면 글림프 기능이 40~60%로 소실된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글림프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 수면다원검사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낮 동안 햇볕이 쬐는 곳에서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에 도움이 된다. 평소 물을 하루 1.5ℓ에서 2ℓ 정도 마시는 것이 혈액과 림프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고혈압과 당뇨를 잘 관리하지 않아 혈관에 문제가 있어도 배출 기능이 약해진다. 잘 때 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어느 한쪽, 특히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배출을 더 잘하게 한다.
낮잠은 20~30분 정도가 좋고, 그 이상이면 야간 수면에 문제가 된다. 낮 동안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저녁에 과식을 하거나 과음을 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또 TV나 스마트폰은 자기 한 시간 전에는 보지 않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마신 후 밤새 부족했던 뇌척수 순환을 회복시켜 주고, 목 부위를 20분간 마사지해 주는 것이 좋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것이 꿀잠을 자게 하는 생활습관이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가 해마다 많이 늘고 있다. 70세를 넘으면 4명 중 한 사람, 2030년에는 100만명이 된다고 한다. 뇌 청소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김용언 전문의·의학박사·세민에스재활요양병원 진료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