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교육이 결정하는 인간 중심 AI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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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교육이 결정하는 인간 중심 AI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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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

“우리 아이들은 과연 AI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세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지배하는 세대’가 될 것인가?” AI가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의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추앙받는 이 순간, 이 질문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는 이 기술이 초래할 근본적인 위기 ‘인간성(Humanity)의 위기’에 더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 AI 비전’을 강력히 추진하며 기술 선도국을 외치고 있지만 기술 혁신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신뢰 위에 구축되지 않는다면 AI 기본 사회는 편리함보다 대규모 일자리 격변, 정보 편향 심화, 그리고 인간 판단력의 퇴보를 먼저 불러올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이 AI 기술의 ‘사회적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교육을 단순한 ‘AI 인력 양성소’를 넘어 국가적 역량의 기반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영국의 ‘테크퍼스트(TechFirst)’ 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계획은 무려 잉글랜드 전역의 모든 중등학교 학생 1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테크유스(TechYouth)’ 프로그램부터 AI, 사이버 보안 등 핵심 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에게 학부 장학금과 연구 석사 자리를 지원하는 ‘테크그래드(TechGrad)’, 그리고 현직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테크엑스퍼트(TechExpert)’ 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교육-훈련-경력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AI 교육이 일부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공공 인프라임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한국 AI 교육의 핵심 과제는 이러한 선진 사례처럼 ‘AI를 바르게 이끄는 국민’을 길러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시대 교육의 핵심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AI 이해교육(AI Literacy)을 전면적인 기초 역량으로 확립해야 한다. 단순히 AI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기술이 인간의 판단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성찰하는 기초 소양 교육이 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지능형 주체’로서 책임감을 느끼도록 교육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AI 협력교육(AI Collaboration) 체제를 혁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AI를 교사와 학생의 학습 공동 지능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사는 AI를 경쟁자가 아닌 ‘교육적 동반자’로 인식하고 반복적 업무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피드백과 창의적 상호작용에 집중함으로써 교사의 본질적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교원 양성 및 연수 체계도 AI를 통해 교육적 의미를 창출하고 인간 사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셋째, AI 가치교육(AI Ethics & Humanity)을 통해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길러야 한다. 데이터 편향성,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그리고 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윤리적 탐구는 초·중·고 교육 단계에서 일상화되어야 한다. 기술의 사용 이전에 끊임없이 ‘무엇이 인간다운가’를 묻고 AI가 미칠 사회적 파급력을 예측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인문학, 사회과학과의 융합 교육을 강화해 기술적 해결책만이 아닌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을 모색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재설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이다. AI 기술이 아무리 강력해져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윤리의식과 가치 판단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교육은 단지 기술자를 양성하는 수단이 아니다. 교육은 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지능과 가치를 확장’하고, ‘기술을 통제하는 사회적 계약’을 미래 세대의 뇌 속에 직접 새겨 넣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다. 정부는 AI 산업 투자금의 일부를 교육 시스템 재설계에 과감히 투입해야 하며 AI를 활용한 학습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공공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교육혁신 없이는 한국의 AI 비전은 공허한 기술 구호에 그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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