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의 실체는 압도적인 체급 차이에서 온다. 항만 경쟁력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인력 규모에서 울산항은 부산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울산항만공사(UPA)는 물론, 국가조직인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의 정원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울산해수청의 위치는 어디인가. 2008년 3월 정부의 조직 개편방침에 따라 울산해수청장의 직급이 기존 3급(부이사관)에서 4급(서기관)으로 하향 조정됐다. 부산·인천·여수·마산해수청장이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것과 대비된다. 좁은 행정구역, 여객항의 부재, 적은 어업생산량 등 이유는 다양하다.
울산항은 국내 액체화물 처리 1위 항만으로 정치권에서도 울산해수청장 직급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수년간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오일허브라는 특수성을 외면한 채 소규모 조직을 묶어두는 정부의 태도가 단기간에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울어진 운동장 속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결국 해법은 내부의 결속과 연대에서 찾아야 한다. 체급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울산시, UPA, 울산해수청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야 한다. 다가올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패권 경쟁을 앞두고는 보다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 북극항로 개척과 친환경 벙커링 구축, 동북아 에너지 전진기지 육성은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거대 프로젝트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기관 간의 벽을 허물어 TF를 구성하고, 부족한 행정력을 상호 보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시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UPA는 현장 실행력을 높여야 하며, 해수청은 중앙정부와의 가교 구실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삼각 편대’를 구축해야만 인근 항만들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독자적인 생존 곳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UNIST·울산연구원·업계 등 산학연 연계도 놓쳐서는 안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진부하지만, 지금 울산항에는 가장 뼈아픈 격언이다. 다른 항만이 풍부한 인적 자원을 앞세워 치고 나갈 때 인력 타령을 하며 ‘내 소관 업무가 아니오’라고 치부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인력이 부족하면 결속력으로 채워야 한다. 다시 말해 울산항은 ‘연대’만이 살길이다.
오상민 정경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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