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울산항 물동량은 1억6425만t으로 부산·광양항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유류 화물은 1억1414만t을 처리해 2위 광양(9248만t)을 따돌리고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울산항은 연간 2억t 내외의 화물을 처리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지원 항만이다.
문제는 울산항의 이러한 질적 특수성이 정부 직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2008년 조직 개편 당시 울산항만공사(UPA) 출범에 따른 기능 이관 등을 이유로 울산청장 직급을 3급에서 4급으로 내렸다. 그럼에도 울산보다 2년 먼저 항만공사(PA)가 생긴 인천청장은 고위직을 유지하고 있어, PA 설립을 핑계로 울산만 깎아내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타 지방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인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단으로 임명된다. 물론 인천·마산청이 경기·경남 일원을 관할해 행정 구역상 범위가 넓고 어업 행정 수요 역시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항만의 고유 업무 밀도를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10월까지 인천항의 총 물동량은 1억1870만t으로 울산항(1억6425만t)의 70% 수준에 그쳤다. 마산항(2453만t) 역시 울산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고도의 안전 관리가 필요한 위험물 처리량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울산항의 유류 화물 처리량은 인천항(4367만t)의 2.6배, 마산항(1460만t)의 8배에 달한다. 울산이 타 항만보다 월등히 많은 화물을 처리하고, 훨씬 위험한 화물을 다루고 있음에도 직급은 오히려 역전된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행정 미스매치는 재난 대응 역량과 대외 협상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재난 발생 시 다수의 유관기관을 조율해야 할 컨트롤타워의 직급이 낮을 경우 신속한 지휘 체계 가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면서 “항만업계 민원 해결을 떠나 울산시나 중앙부처, 유관기관 등과 업무 협의를 할 때 4급 청장은 약점으로 작용하며 이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항의 홀로서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러한 행정 공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울산항은 단순한 화물 처리를 넘어 북극항로 거점이자 친환경 벙커링을 선도하는 글로벌 오일허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 물류를 다루고 고위험 액체화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행정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인섭 울산시의원은 “울산항은 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물류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인 울산항이 단지 낮은 직급 때문에 행정상 불이익을 받거나 정책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청장 직급 상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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