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낸 그 순간이 곧 정각이라는 뜻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을 잊지 않고 초심 그대로 후원하겠습니다.”
신불사 주지승 혜성스님(70)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눔 철학을 밝혔다.
혜성스님과 회원들로 구성된 나눔실천신불사자비회는 지난 2005년부터 지역 내 취약계층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로 후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전문기관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6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고 아동·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혜성스님은 “1998년 43세라는 늦은 나이에 승려가 됐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내가 가진 걸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나누자고 다짐했다. 어렸을 때 힘들게 자라 성인이 되면 힘든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을 늘 했다”며 “자비와 사랑은 같은 말이다. 조건 없이, 변함 없이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며 울타리가 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나눔실천신불사자비회는 결연 아동이 성인이 돼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고 있다. 가장 오래 후원받는 경우는 총 12년에 달한다. 종교와 상관 없이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혜성스님은 “어려운 아이들의 사정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게 됐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학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며 “종교가 달라도 상관 없다. 대신 좋은 인연으로 만난 만큼 일 년에 한 번씩 전달식 자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혜성스님은 그동안 후원했던 수많은 아이들 중 부모를 잃고 연로한 할머니와 함께 살던 당시 5살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혜성스님은 “아이를 아버지 영안실에서 처음 만났다. 당장이라고 돕고 싶었지만 나눔실천신불사자비회 규칙상 바로 후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지금은 셰프가 돼 괜찮은 식당에서 잘 지내고 있다. 졸업하고 나서도 끊이지 않고 소식이 온다”며 “후원받은 아이들이 훗날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아이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주며 돕는 키다리 아저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혜성스님의 목표는 108명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1년에 2억5000만원을 후원하는 것이다. 나눔실천신불사자비회의 통칭도 만일 동안 후원하자는 다짐을 담아 만일회로 정했다. 여전히 목표치까지 많이 남았지만 현재 진행형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혜성스님은 “지금은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회원만 늘어난다면 후원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올해는 자리가 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여 년 동안 후원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나눔실천신불사자비회 회원 중에는 길게는 20년 넘게 후원한 사람도 있고 지원을 받았던 부모가 회원이 된 경우도 있다. 타지역에 살거나 타종교인 회원들도 있다.
회원들은 매달 후원하는 것 외에도 장애인복지시설인 혜진원에서 목욕 봉사도 하고 치매시설에서 청소 봉사도 한다.
혜성스님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목표로 했던 108명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